“터널 침수 시 하마스 대원뿐 아니라 인질도 나올 수 있어”
미국서도 의견 분분…가자지구 담수 공급원 오염 우려
“지하터널 비활성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지 중 하나”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알시파 병원 아래 발견한 하마스 지하터널 <사진 로이터>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아래에 있는 하마스의 지하터널에 바닷물을 채우기 위해 대형 펌프 시스템을 조립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계획은 지하터널을 파괴하고 하마스 대원들을 지하 피난처에서 몰아낼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자지구의 담수 공급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지난달 중순 알샤티 난민캠프 인근에서 대형 해수펌프 조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최소 5개의 펌프가 지중해에서 시간당 수천 입방미터(㎥)의 물을 끌어와 몇 주안에 터널을 범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이 중동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온 네덜란드 비영리 평화기구 '팍스'의 빔 츠바이넨부르크 연구원은 "지하터널 네트워크의 3분의 1이 이미 파괴됐다고 가정할 시 이스라엘은 나머지를 비활성화하기 위해 약 100만㎥ 바닷물을 펌프질해야 한다"고 전했다.
계획에 정통한 관계자는 몇 주 동안 지하터널이 침수되는 과정에서 하마스 대원들뿐 아니라 인질들이 터널 밖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계자는 이 같은 계획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그는 "터널과 그 주변 지면의 세부 사항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므로 펌프질이 얼마나 성공적일지 확신할 수 없다"며 "아무도 가본 적 없는 터널에서 바닷물이 어떻게 배수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WSJ은 이스라엘이 이 같은 계획을 지난달 초 처음으로 미국에 통보했으며 이 과정에서 계획의 군사적 가치와 환경 타당성, 영향 등을 비교하는 논의가 촉발됐다고 전했다.
일부 미 관리들이 이를 지지한 반면 일부 관리들은 지하터널을 바닷물로 채우는 방안이 가자지구의 담수 공급을 오염시키고 인프라를 손상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략국제센터(CSIS)의 존 알터먼 수석 부사장은 얼마나 많은 바닷물이 토양으로 스며들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완전히 평가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기존 상하수도 인프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하수 매장량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말하기 어렵다"고 우려하며 "인근 건물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말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를 지지하는 관리들은 이번 작전이 또다시 국제사회의 비난을 불러일으키며 미 바이든 행정부를 곤란한 위치에 놓이게 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약 300마일에 걸쳐 뻗어있는 하마스 지하터널 네트워크를 영구적으로 비활성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효과적인 선택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WSJ은 미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와 관련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이를 배제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