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에서도 명품 소비 부진
버버리, 안팔리 재고 다시 사들여
차단해온 할인판매 재개 움직임
◆…영국 런던의 뉴본드 스트리트에 있는 루이비통 매장 사진=로이터통신
경기 둔화의 여파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잘나가던 명품 브랜드 업체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재고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 명품 브랜드 업체들의 성장이 주춤하면서 매출 감소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급 브랜드들이 넘쳐나는 재고로 그동안 꺼렸던 할인 판매를 눈에 안 띄게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팬데믹 2년째인 2021년 세계 패션 브랜드 시장은 급증하는 보복 소비를 충분히 받아내지 못할 정도로 이례적인 호황을 누렸다. 이듬해 패션 브랜드 업체들은 일제히 생산량을 늘렸지만 금리상승 등으로 유동성이 얼어붙으면서 공격적으로 공급한 물량들이 결국 재고가 되어버렸다.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세계 고급 패션 브랜드 시장의 매출액은 2021년 31.8% 팽창한 데 이어 지난해 20.3%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나 올해는 3620억 유로(약 514조원)로 지난해보다 약 3.7%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명품 시장의 큰 손인 미국과 중국에서도 명품 소비가 부진해지면서 글로벌 럭셔리 기업들이 앞다퉈 매출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 있는 명품 브랜드 버버리 매장 사진=로이터통신
유럽 온라인 명품 편집샵인 '마이테리사'는 "2008년(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시장 상황을 겪고 있다"면서 "지난 3분기 말 기준 재고량이 1년 전보다 44%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버버리는 백화점에서 팔리지 않는 재고를 다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정상 판매가격에 판매되지 않은 제품들은 대폭 할인 판매로 재고를 소화하거나 아울렛으로 자리를 옮겨 판매하지만 명품 브랜드들은 '희소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에 시즌이 지나고 남은 재고는 대부분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올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패션 제품 소각을 법으로 금지함에 따라 이런 방법 또한 여의치 않게 됐다.
그동안 명품 브랜드들은 할인 판매를 뿌리뽑기 위해 애써왔다. 프라다의 경우 도매상에 대한 의존도를 2018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 이제 프라다는 가격을 완전히 통제하는 직영 매장을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경쟁사 구찌도 마찬가지다.
또한 명품 브랜드 업체들은 백화점의 할인 판매도 단속하면서 비공식 재판매상(리셀러)으로 제품이 유입되지 않도록 애써왔다. 리셀러의 경우 명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럽 소매업체 등지에서 시즌오프 상품을 구입해 최대 30% 이상 높은 가격으로 한국이나 홍콩에 다시 판매하는 방식이다.
명품 브랜드 업체들은 소매업체들과의 계약서에 리셀러에게 제품 판매 금지 조항을 포함시켜 재판매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같은 명품 브랜드 업체의 노력에 힘입어 최근 몇 년 동안 세일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차단하는 데 탁월한 성과를 냈었다. 그러나 매장에 처치 곤란한 재고가 쌓이면서 이런 전략을 고수하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