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지배구조 모범관행' 공개...4개 토픽 내 총 30개 핵심원칙 제시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투명성 제고 초점...이사회 기능 강화·지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금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감독원은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를 발표하면서 향후 지배구조 감독·검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모범관행은 크게 △사외이사 지원조직 및 체계(6개 핵심원칙) △최고경영자(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10개 핵심원칙)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 확보(9개 핵심원칙)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체계(5개 핵심원칙) 등 4가지 주제 내 총 30개 핵심원칙으로 구성돼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CEO 선임 등 경영승계절차와 관련된 지침이다. 향후 금융사들은 차기 CEO 선임 절차를 최소 현 CEO임기 종료 3개월 이전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 대다수 금융사들의 경우 CEO 선임 절차가 이보다는 현저히 짧은 상황이다.
특히 일부 금융사의 경우 관련한 별다른 내규조차 없는 것으로 전해져 이번 모범관행 발표에 따라 금융사들은 관련 내규를 보완·수정 및 추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모범관행 적용 초기인 점을 감안해 경영승계절차 개시 시점을 임기 만료 3개월 전으로 앞당길 것"이라며 "이후 점차 장기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CEO 선임 과정에서 지주사 이사회의 역할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개별 회사에서 운영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한 6개 핵심원칙은 △사외이사 전담 지원조직 설치 △사외이사 지원조직 업무범위 규정 및 인력 배치 △회의자료 조기 송부 △사외이사 지원 종합관리 절차 및 체계 마련 △이사회 운영 독립성 강화 및 사외이사 간담회 활용 △사외이사를 위한 충실한 연수 및 교육프로그램 마련이다.
개별 은행에서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를 밟게 될 경우, 지주 이사회와 자회사인 은행 이사회는 은행장 후보군 현황 및 선임 절차 과정에서 실질적이면서도 적절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또 이사회는 각 은행계열사가 CEO인사와 관련해 문서화한 △경영승계계획 △비상승계계획 등을 연 1회 이상 점검·관리해야 한다.
박 부원장보는 "은행장 선임과 관련해 지주 이사회와 자회사인 은행 이사회 간 권한과 책임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은행 임원추천위원회의 역할을 충분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재 학계 출신이 많은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collective suitability) 및 독립성 확보를 위해 △집합적 정합성 판단 기준 마련 및 확보 △역량진단표(Board Skill Matrix) 작성 및 활용 △이사 전문성 및 다양성 확보 방안 마련 △소위원회 내실화를 위한 적정 수 이사 확보 △이사회 상시후보군 기준 마련 및 적정 규모 관리 △상시후보군 추천경로 다양화 및 추천자·사유 공시 △사외이사 선임시 자격 검증 강화 △사외이사 적정 임기 정책 및 장단기 이사회 승계계획 마련 △이사회의 역할·방안·성과 공시 등 9가지 핵심원칙을 제시했다.
특히 역량진단표(Board Skill Matrix)는 사외이사 후보군을 사전에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또 금융, 경제 등 특정 분야로의 쏠림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IT, ESG, 소비자 등 전문분야 사외이사가 포함될 수 있도록 한 것도 주요 내용이다.
아울러 기존 7~8명 수준으로 꾸려진 사외이사진 규모를 글로벌 금융회사 수준인 13명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도 제시됐다. 임기 또한 특정 시기에 사외이사진 상당수가 빠져나가는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2+1년'으로 획일화된 단기임기 제도를 수정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이와 함께 형식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사회, 위원회, 사외이사의 활동의 유효성을 실효성 있게 평가하기 위한 평가 체계와 재선임 등에 대해서도 △활동 연 1회 이상 주기적 평가 △외부 전문기관의 활용을 통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평가항목 및 내용 정기적 정비 및 평가체계 적정성 점검 △재선임 기준 명확히 마련해 문서화 △평과결과에 대한 피드백 기능 강화 및 공시 등 5개 핵심원칙을 정했다.
다만, 이번 모범관행에는 그간 금융당국이 문제 삼아왔던 지주사 회장의 '셀프연임' 등, 특정 인사의 장기집권과 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금감원은 향후 금융기관 경영실태평가에 이 모범관행을 활용할 수 있도록 내년 1분기 중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관행 자체가 '권고사항'일 뿐, 강제성은 없다는 점에서 실제 제재로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박 부원장보는 강제성 여부에 대해선 "제재를 할 순 없다"면서도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정기검사에서 체크한 뒤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는 만큼 완전한 강제는 아니지만 감독당국이 손 놓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실제 운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편 이복현 금감원장은 간담회에서 "이번 지배구조 개선방안 발표를 계기로 이사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다"라며 "앞으로 이사회와 금감원이 상호 소통과 협력을 확대해나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은행지주 이사회는 지주 그룹의 경영전략과 리스크 관리 정책을 결정하는 지주 내 그 어떤 기구보다 중요한 곳으로, 자칫 단기성과에 매몰되기 쉬운 내부 경영진이 경영 건전성과 고객 보호 등에 소홀하지 않도록 통제·감독하는 한편 보다 장기적인 시야에서 금융회사가 나아가야할 경영전략과 방향을 제시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원장은 "대표적 소유-지배 분산기업으로 불리는 은행지주에서 CEO나 사외이사 선임 시 경영진의 참호구축 문제가 발생하거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나타나지 않도록 CEO 선임이나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데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이사회가 고유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이 중요하다"면서 "금일 발표된 지배구조 개선 모법관행을 바탕으로 이사회가 과제별 개선 로드맵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추진해 달라"고 덧붙였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대표이사(CEO) 선임이나 경영승계절차에 (금융당국이)직접 관여할 수는 없고 어디까지나 민간의 영역"이라며 일단 금융회사가 자발적으로 모범관행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