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초 발표된 스위스의 국제경영대학원인 IMD의 2006년 세계경쟁력 평가결과 우리나라의 회계 및 감사실무항목의 순위가 61개국 중 최하위권인 58위로 나타나면서 국내 회계감사인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에 회계감사인들도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고 회계신인도 제고를 위한 논의를 벌이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개최된 한국회계학회 세미나도 국가경쟁력과 회계신인도 제고를 위한 회계감사인들의 자구책의 일환으로 추진돼, 한국회계산업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나온 얘기들을 정리했다.
"국제적·전문적 회계인프라 구축 필요"-서울대학교 이창우 교수
이날 토론에 앞서 주제를 발표한 서울대학교 이창우 교수는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고 회계전문가의 업무영역 확대, 집단소송제도의 도입, 아시아금융허브로의 도약 등 국내 회계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도 국제적이고 전문적인 회계인프라 구축이 필요해졌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특히 "회계제도는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됐으나 국가경쟁력평가는 여전히 낮게 나오고 있는 것은 제도상의 미비점 외에도 운영상의 문제점 및 인식의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회계정보의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현행 공시기준의 영문자료 제공과 공시위반에 대한 지나친 반응 자제, 정보이용자중심의 공시기준 도입, 특수관계자 거래에 대한 투명한 공시제도도입, 공시의 사전심사제도의 확충 등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현재 공시기준이 한글로만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볼 때에는 자료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있는 제도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공시위반은 항상 있는 것이며 의도적이거나 아니거나 사후적으로 공시위반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상당히 시끄러워져, 시장에서 민감하게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며 공시위반에 대한 지나친 반응의 문제를 지적했다.
아울러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신인도 향상을 위해서 회계유관기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현재 재경부, 금감원, 회계기준원 등으로 분산돼 있는 감독기관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방안이 논의돼야하며 일원화된 감독기관의 소속은 어디로 할 것인지 등의 문제도 함께 토의할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회계·감사인들도 제도 및 유관기관의 개혁에 목소리를 높였다.
"경미한 부분의 민감한 반응이 신인도 낮춰"-김종호 삼정회계법인 대표
첫 번째 토론에 나선 삼정회계법인의 김종호 대표는 "IMD의 회계신인도 순위는 회계부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쉽게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수용하고 고칠점은 고치돼 너무 기죽지 말자"고 입을 열었다.
김 대표는 "아주 경미한 부분에 대해서도 매스컴을 타고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점수를 깎이고 있다"며 "기업의 입장에서 회계투명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한 기업에 회계전문가가 한 명도 없는 경우가 있는 등 회계감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특히 "감사수수료를 싸게 하겠다는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감사서비스에 대한 진정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감사에 대한 수수료가 충분치 않더라도 감사인들은 최대한 흔들리지 말고 충분하게 감사에 임하지 않으면 내가 속한 회사나, CEO가 엄청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대표는 "회사뿐만 아니라 감사인에게도 공시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현행 공시제도에 문제가 있다"며 감사인의 책임과 함께 감사인의 독립성 문제도 지적했다.
"로펌·회계법인의 도덕성 해결해야"-권영준 경실련 경제연구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권영준 경제연구소장은 감독기관뿐만 아니라 로펌과 회계법인의 도덕성 제고 등 근본적인 회계투명성 해결을 강조했다.
권 소장은 "금융감독원의 대리급 정도에 상당히 우수한 인력이 많지만 조직 내에서는 윗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의견을 펼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금융감독의 선진화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회계투명성이나 선진화는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금융감독 시스템의 지배구조와 아울러 외부회계감사를 하는 감사인들 역시 단순한 비즈니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로비단체의 성격을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하며 "로펌이나 회계법인의 도덕성이 피감독기관보다 결코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권 소장은 특히 "2000년 현대건설의 단기손실이 발생할 당시 대한민국 최고의 회계법인이 어떤 감사를 했는가"라며 "이 부분은 투자자 보호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감독원이 당연히 감독해야 할 사항인데 감독하지 않는 이런 상황에서 근본적인 회계 투명성을 해결할 수 있겠나"라고 역설했다.
권 소장은 또 "회계감독시스템이 금융감독시스템 안에 있다면 독자적인 목소리를 절대 낼 수 없다"며 "회계감독시스템을 금융감독시스템과 분리시키고 다양한 전문가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사인 교체 신중해야"-매일경제신문 김세형 논설위원
매일경제 김세형 논설위원은 "회계감사에 관해 고발을 할 경우 로또에 가까운 보상을 한다면 분식과 같은 것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며 "우리나라는 탈세에 대해 재수 없는 일이지 죄하고는 상관이 없다는 풍토가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또 "한 기업이 같은 법인에게 계속 회계감사를 받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3년마다 교체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를 회계할 경우 수많은 인원이 참여하고 회계감사료만 80억이 든다고 한다"며 "수많은 해외법인을 처리하는 상황에서 회계법인을 한번에 다른 법인으로 바꾼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감사인 선정문제를 지적했다.
"제도의 집행·운영 수준이 중요"-한국회계기준원 서정우 상임위원
서정우 한국회계기준원 상임위원도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위원은 "IMD평가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회계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라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개선해야한다"며 "피부과적인 처방보다는 근본적인 내과적인 처방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은 "기업의 경영자가 분식회계를 하는 것은 들키더라도 얻은 이익이 잃는 것보다 많기 때문"이라며 "기업 선택에 대한 좀더 심층적인 분석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위원은 또한 "국제회계기준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만 그것을 적절하게 잘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럽에서도 EU국가들간의 회계기준 단일화가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제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집행을 하고 운영을 할 때 높은 수준으로 가기 위한 사회적인 합의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책임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물어야"-이준봉 변호사
법적인 부분을 대표하기 위해 참석한 이준봉 변호사는 "기업회계기준은 법규적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원칙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현행법상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법에서 기업회계기준을 수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변호사는 또한 "법에서 기업회계기준을 수용할 경우에도 모든 규정을 상법에서 규정하기 보다는 재무회계개념 중 재무제표의 목적 및 기본전제와 재무제표의 정보 유용성을 결정하는 질적 특성을 담은 규정은 상법에서 규정하고 기업회계기준의 제정은 감독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금감위가 맡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이 변호사는 그러나 "규제기관에서 회계기준을 작성할 경우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의 문제와 민간부분의 참여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변호사는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통해 제시하는 의견 자체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가?"라고 의문을 던지고 "주가에 관계된 이해관계자가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에게 책임을 지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인 의무교체의 재검토 필요"-한나라당 임태희 의원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은 "기업회계라는 것이 경영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규제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회계감사가 기업인에게 유용하고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 감사인들의 숙제"라고 설명했다.
임 의원은 "건설업의 경우 건설업 회계는 믿을 수 없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다"며 "회계사회에서는 이번에 이 업종만은 제대로 된 회계보고서를 내겠다는 어떤 결의를 한다면 사회적으로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국회에서는 감사인 의무교체의 재검토 등 회계감사 제도에 대한 다양한 개선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새로운 제도 이행에 따른 세제지원 필요"-상장회사협의회 정영태 전무이사
상장회사협의회의 정영태 전무이사는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는 것도 좋지만 그동안 많은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있다"며 "꼭 고의적이 아니더라도 가만히 있어도 부정으로 취급받지는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 이사는 또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과 시행에는 엄청난 사회비용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기업에 세제적인 지원을 해 주면 좋겠다"고 제안하며 "기업이 힘을 얻으면 법인세도 더 많이 낼 것이기 때문에 세제지원보다는 이연으로 생각하고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회계법인 품질감리는 이미 진행중"-금융감독원 임석식 전문심의위원
임석식 금감원 전문심의위원은 "회계법인에 대한 품질감리 등 감독기관으로서의 기업이 공시한 재무제표에 대한 심사기능을 확대하는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며 "70∼80명의 내외부 전문가를 모으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임 의원은 "국회, 금감원, 금감위 등 사회 전체의 심사숙고가 필요하고 상장기업에 집중하는 시스템의 변화와 법적인 문제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안에 대한 시기의 문제는 연결재무제표가 주재무제표로 안된 부분이 낮은 평가의 주원인"이라고 분석하고 "감사의 교체문제 등 어떤 한 시점에서의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결의 열쇠는 기업이 쥐고 있다"-재정경제부 최상목 증권제도과장
재정경제부 최상목 증권제도과장은 "키를 쥐고 있는 것은 기업일 수밖에 없다"며 "징계위원회를 가보니 기업이 속이려고 하면 공인회계사는 속수무책이거나 방관하는 쪽이다"고 밝혔다.
최 과장은 "제도는 돼 있지만 관행이 문제"라며 "관행을 어떻게 하면 선진화 할 것인가가 숙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까지 충분히 많은 제도를 도입해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도입된 제도를 재대로 시행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앞으로의 도입에서도 제도가 잘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