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8.31 부동산 정책'의 입안을 이끌었던 김수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그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했다. 일부 책임을 국민의 정부로 돌리고 향후 효과를 장담하긴 했지만 정책 실패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한 셈.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 역시 "난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다"며 부동산 정책에 자신감을 보이던 자세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여줬다.
그 뿐만 아니라 부동산정책을 설계한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청와대를 떠났으며 김병준 전 정책실장은 정책특보 자리로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한동안 청와대를 비워뒀었다.
결국 부동산 정책의 설계와 입안을 담당했던 핵심인물들이 현 자리를 떠났거나 실패를 자인하고 나서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 김수현 비서관, "부동산 정책 실패했는데 무슨 할 말 있느냐"
지난 1일 김수현 비서관은 성공회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결과적으로 보면 실패했다"며 "실패했는데 무슨 할 말이 있느냐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수도권 집중, 세계적인 저금리, 김대중 정부의 규제 완화 등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노 정부가 출발했기 때문에 정책이 실패했다"고 덧붙여 부동산 정책의 실패 책임의 일부를 국민의 정부로 떠 넘겼다.
김 비서관은 또한 "참여정부 집권 후 전국적으로 24%, 서울은 40%, 강남은 무려 60% 가량 집 값이 올랐다. 이런 사태라면 정부가 무너져야 한다"면서 "어느 정도 부동산 가격 상승은 불가피했지만 (2005년 이후) 상승에는 문제가 있다. 싼 주택의 값도 오르는 것은 치명적이며 욕먹을 각오가 돼 있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러나 "지금 우리는 거품 경제의 정점에 와 있고 지금의 미칠 듯한 부동산 열기가 3년이면 꺾일 것으로 믿는다"며 "왜 애타게 호소하는데도 (국민이) 안 믿어주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움도 표현했다.
이와 함께 정문수 경제보좌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전문가인가'라는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질문에 "전문가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정 보좌관은 "8·31 정책이 완전 실패하면 나도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 靑, 본인의 뜻 잘못 전달 된 것
이에 대해 청와대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인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김 비서관의 발언의 의도를 묻는 질문에 "김 비서관의 의견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며 "김 비서관이 청와대 브리핑에 글을 올려 의미를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비서관에 발언에 대해 "녹취록을 풀지 않아 정확한 발언을 알 수 없어 발언의 취지를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정책을 입안했던 관계자가 그런 의미로 해석될 수 있도록 발언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비서관은 강연 다음날인 2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이 오늘 일부 조간신문에 보도되면서 발언 취지와 진의가 심각하게 왜곡된 채 전달되었다"며 "부동산정책 더디지만 반드시 효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비서관은 "일부 언론이 강의 중 발언 취지·맥락 무시한 채 왜곡했다"면서 "국민의 관심이 큰 부동산 문제는 언론이 신중하게 다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결국 발언의 취지야 어찌되었던 간에 부동산 정책을 입안했던 한 사람으로서 너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무책임한 발언 뒤에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언론의 잘못된 해석이라며 자신의 '면피'를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이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집 값을 잡겠다고 호언장담하던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신뢰를 잃으면 잃을수록 집 없는 서민들의 한숨소리 또한 갈수록 커져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