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관영 매체 "법원 명령 따라 해군이 나포"
"美, 이란산 석유 절도에 보복"…선박, 밀수 연루 전적 있어
"호르무즈 해협 차질 시 유가 20%↑…홍해 긴장보다 타격 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고 있는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항공모함 <사진 로이터>
이란이 오만만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란이 중동 석유의 주요 반출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란 해군은 이날 오만만에서 몇 달 전 미국이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제재로 압류한 이란산 석유 화물선을 나포했다. 해당 선박은 과거 선명이 '수에즈 라잔호'이었던 당시 약 100만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밀수하려다 미 법무부에 압수당한 전적이 있다.
이란 반관영 매체인 타스님 통신과 IRNA 통신은 이날 "이란 이슬람 공화국 해군이 법원 명령에 따라 오만해 해역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 TV는 이번 나포는 이란혁명수비대가 아닌 이란 해군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IRNA 통신은 "이는 유조선이 저지른 위법 행위와 미국의 이란 석유 절도에 대한 보복"이라고 전했다.
선박은 14만5000톤의 원유를 싣고 이라크 바스라에서 튀르키예 알리아가로 향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포된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소유한 그리스 해운회사 엠파이어 내비게이션은 18명의 필리핀인과 1명의 그리스 승무원이 타고 있는 선박과의 연락이 끊겼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란 해군이 선박을 나포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 누구에게도 법원 명령이나 연락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영국 해상무역작전부(UKMTO)에 따르면 이날 아침 호르무즈 해협으로 들어오는 오만과 이란 사이 해역에서 4~5명의 무장 괴한들이 세인트 니콜라스호에 무단 탑승했으며 이후 선박과의 연락이 두절됐다고 전했다.
미국은 즉시 반발하고 나섰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란 정부는 즉시 선박과 선원들을 석방해야 한다"라고 촉구하며 "불법적인 상업 선박 압류는 국제 무역을 방해하려는 이란의 가장 최근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란이 중동 원유의 중요한 반출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중요한 수로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에 차질이 생길 경우 홍해 긴장보다 더 큰 타격이 에너지 시장에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 석유 연구 책임자 댄 스트루이벤은 지난 4일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 긴장에 휘말릴 경우 국제유가가 두 배로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한 달간 차질을 빚으면 유가는 20% 오를 것이며 차질이 장기화할 시 결국 유가는 두 배로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래피디언 에너지의 설립자 밥 맥낼리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해 유가가 15%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맥낼리는 호르무즈 해협에는 홍해의 아프리카 희망봉 같은 우회로가 없다고 지적했다.
친이란 무장세력인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을 목적으로 가자지구 작전을 전개한 뒤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며 지역 내 안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해운사와 정유사들이 수에즈 운하 운항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경로를 택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무역 차질 및 물류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