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차 전복으로 주민 400명 이상 사망…'시체처리 전담반'까지

북한 평양에서 함경남도 검덕(금골)로 향하던 여객열차가 높은 고개를 넘던 중 노후화된 철도와 전기 부족으로 전복돼 북한 주민 400명이 넘게 사망한 사고가 뒤늦게 알려졌다. 소식통은 북한 당국은 '시체처리 전담반'까지 조직했지만 여전히 사고수습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자유아시아방송(RFA)는 16일 "지난해 12월 26일 저녁 평양~검덕(금골)행 열차가 단천 일대에서 전복됐으며 이 사고로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고가 난 금골행 열차는 함경남도 단천역을 지나 동암역에서부터 리파역 사이 높은 고개를 넘으려고 시도하다가 노후화된 철로와 전력난으로 넘지 못하고 밀리면서 전복됐다.

열차는 25일 오전 평양에서 출발했으며, 평양에서 금골까지 정시 운행시간은 13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천역에서 여해진-천곡-답동-가응-광천-운천역을 지나면 동덕역에서 경사가 시작되는데 동암-수촌-신평-리파역까지 철로는 해발 700미터의 높은 산간지역에 위치해 있다.

한 소식통은 자유아시아 방송에 "사고가 발생한 날에 단천역 주변에 폭설이 내렸다"며 사건 당시 "급경사가 시작되는 동암역부터 열차 속도가 느려지더니 리파역으로 올라가는 철로에 이르러 기관차 견인기 전압이 약해 헛바퀴가 돌다가 열차가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관사가 제동을 걸어 수습하려 했지만 밀려 내려가는 열차가 가속도가 붙으면서 신평역 인근 산굽이를 돌 때 가운데 열차가 탈선되어 열차 뒷부분 객차들이 산 밑으로 떨어졌고 이후 동암역으로 가던 도중 연이어 열차가 탈선돼 골짜기로 굴러 떨어졌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기관차 바로 뒤에 연결된 2량의 상급열차는 탈선되지 않고 기관차와 함께 단천역까지 밀려 내려와 멈추면서 상급열차에 탄 간부들은 살았고, 나머지 7량의 열차에 탔던 주민들은 대부분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여객열차는 보통 1량 당 60개의 좌석이 있고 9~11량이 연결되어 운행된다. 앞쪽 1~2량은 간부들에게 제공되는 상급열차이며 이어 1량은 수화물 취급으로 이번 사고로 전복된 뒤 7량은 모두 일반 승객용으로 사망자 수가 4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일반 승객들은 대부분 대흥에서 나오는 왕감자나 검덕에서 나오는 연과 아연 등 금속을 내륙으로 나르는 장사꾼들로 열차 이용객이 많아 항상 만원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또 다른 소식통은 "함경남도 사회안전부와 교도대 인력을 중심으로 열차 전복사고 수습과 시신 처리 전담반이 만들어졌다"면서 "열차가 전복된 단천 일대에서 구출된 중상자들은 단천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항생제를 비롯한 해열제 부족 등으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병원에서 대부분 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월 13일 현재까지도 열차 전복 현장의 시신처리 전담반은 시신의 주머니에 신분증이 있으면 가족에게 사망소식을 알리지만, 신분증도 없고 까맣게 얼어든 시신의 얼굴을 확인하지 못하면 단천병원 시체실에 쌓아놓는데, 이 작업도 이달 말까지 마무리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열차가 전복된 날은 당 전원회의(12.27)가 개최되기 전날이었다"라며 "수백 명이 사망한 사건은 철도성을 통해 중앙으로 보고됐지만 당국은 해당 사고 사실이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열차가 전복된 단천 일대를 비상구역으로 선포하고 주민여론 통제에 급급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단천 일대 열차 전복 사고를 방지하려면 높은 산마다 동굴(터널)을 뚫어 철도를 놓아야 하는데 당국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자금을 투자하니 불쌍한 주민들은 굶어 죽고 열차사고로 죽어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고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