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원전으로 전력 공급해 만든 반도체, 해외에 팔 수 없어"
"원전 의존도 줄이지 못하면, 첨단산업 포기하는 것"
"비싼 물건 만들어 파는 나라, 잘 사는 나라…천박하고 경박한 경제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탈원전을 하게 되면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산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기업에게는 불안을, 국제 사회에서는 웃음거리가 된 것 같다"고 맹비난했다.
홍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을 도리어 아예 그냥 문 닫기로 작정하신 것 아닌가 싶다. 귀를 의심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말대로 수백조를 투자해서 짓는 반도체 공장에 원전으로 전력을 공급해서 만든다면 이 반도체는 해외에 거의 팔 수가 없다. RE100에 따라서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전력이 재생 에너지로 만들어져야, 아주 주요한 바이어들인 애플, 구글, BMW 등 주요 수요자에게 반도체를 팔 수 있다"며 "여기에 원전으로 공장을 돌리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전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면 첨단산업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한국 기업이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루지 못하면, 한국 주요 수출산업 규모가 40% 축소되고, GDP는 3.8% 줄어든다는 산업자원부 발표를 인용했다.
또 "2018년 한국 정부의 본격적인 에너지 전환 노력이 시작된 것은 고무적인데, 윤석열 정부가 도리어 재생에너지 비중을 축소한 것에 대해 놀랍고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한 외국 그룹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의 에너지 전환이 늦어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며 RE100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가 최대 31조 5천억 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고, 2050년까지 RE100 달성을 약속해야 된다는 삼성전자 보고서 내용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RE100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인데, 원전으로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주장은 반도체 산업은 안중에도 없고 원자력 산업만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며 "정말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라고 거듭 비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반도체관에서 주재한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산업' 주제의 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원전이 필수'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파운드리 하나 까는데 1.3기가와트(GW)의 원전 1기가 필요하다. 인구 140만명의 대전이나 광주보다 전기를 더 많이 쓴다"며 "고품질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하고 원전은 이제 필수"라고 했다.
이어 "탈원전을 하게 되면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산업을 포기해야 한다"며 "민생을 살찌우기 위해서라도 원전 산업은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라고 하는 것은 국제 분업 체계에서 비싼 물건을 만들어서 파는 나라가 잘 사는 나라, 상대적으로 싼 물건을 만들어 팔 수밖에 없는 나라는 못 사는 나라'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거세게 비난했다.
홍 원내대표는 "정말 매우 천박하고 경박한 경제관"이라며 "최소한 요즘 기업도 ESG 경영을 이야기하면서 돈만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제 사회에 대한 기여, 환경 문제,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전세계를 이분법, 국내적으로도 갈라치기하고 기업도 갈라치기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 사회 기여에 대한 책임의식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며 "우리가 천박하고 경박한 베니스의 상인과 같은 그런 경제 국가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