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과학자회보 '지구 최후의 날' 시계 설정
"러시아 핵무기 사용 가능성 심각한 수준"
핵보유국 이스라엘 분쟁 "더 많은 핵보유국 끌어들일 수도"
◆…<핵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영상 캡쳐>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핵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지구 최후 심판의 날(Doomsday Clock)'을 자정 90초 전으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947년 이 시계가 만들어진 이후 최단 시간을 기록한 것이다.
시계는 핵 위협, 기후 변화, 인공 지능 등 지구와 인류에 대한 '실존적' 위험을 기반으로 종말까지 남은 시간을 설정하고 있다.
핵과학자회보의 레이첼 브론슨 COE는 로이터에 "시계가 전년도와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해서 세계가 안정적이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의 분쟁 지역은 핵 고조의 위협을 안고 있고, 기후변화는 이미 죽음과 파괴를 야기하고 있으며, AI 및 생물학적 연구와 같은 파괴적인 기술은 안전장치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핵과학자회보는 또한 중국, 러시아, 미국이 모두 핵무기를 확장하거나 발전시키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지출하고 이 과정에서 실수나 오산으로 인한 핵전쟁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경고한다.
다음 달 2주년을 앞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과 러시아의 긴장은 냉전 이후 가장 위험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브론슨 CEO는 "러시아가 전쟁을 영구적으로 끝낼 가능성은 작아 보이며,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양국의 전략적 핵무기를 제한하는 미국과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START) 조약을 중단했으며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한 후 핵 훈련을 시행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전술핵 무기를 벨라루스에 배치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전 세계 핵탄두의 90%를 보유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는 지구를 여러 차례 파괴할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프린스턴대학교의 알렉산더 글레이서 핵기술 전문가는 "중국, 러시아, 미국 사이 삼자 핵 군비 경쟁이 형성되고 있다"며 "핵 측면에 있어 올해 상황은 매우 암울하다"라고 우려했다.
브론슨 CEO는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의 행동 또한 시계의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려되는 점은 분쟁이 확대돼 더 많은 핵보유국을 끌어들이게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비영리단체인 핵과학자회보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냉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1947년에 지구가 멸망할 위기에 처해 있음을 대중에게 경고하기 위해 시계를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