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 가결이 선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의 2년 유예 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끝내 무산됐다. 이에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된다.
25일 국회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 2년 유예 법안의 처리를 놓고 논의를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국회 본회의 상정에 실패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본회의 도중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짧은 회동을 했으나 이견만 확인했다.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법안이다.
국민의힘은 대다수 영세 기업들의 전문 인력과 재원의 부족, 사업 환경 등으로 인한 준비 부족으로 법 시행 유예를 호소한다며, 지난해 9월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간 유예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간 여야는 중대재해법 2년 유예 법안과 관련한 물밑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최종적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문제를 놓고 대립하다 끝내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전날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25인 또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 시행을 1년간 유예하자'는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립하다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중대재해법 유예 법 개정을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조건을 붙이며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하려는 오만하고 비정한 정치를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법 시행 준비 부족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구체적 재해 예방 추진 계획과 재정 지원 방안, △경제 단체가 2년 뒤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 3가지 조건 충족을 전제로 법 시행 유예가 가능하다는 입장에 대해 정부와 경영계가 응했으나, 느닷없이 산업안전보건청 관련 예산 2조원 증액을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 전 열린 의원총회·규탄대회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시작되는 오는 27일이 딱 이틀 남았다"며 "수많은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가 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폐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법 통과를 위한 요구사항을 추가하며 여야 합의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떡 하나 주면 또 다른 떡을 내어 놓으라 하는 것인데, 이쯤 되면 법을 통과시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말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최소한의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 측에서 아무런 답이 없다"며 "최소한의 요구 조건을 현재까지 거부한 것"이라고 여당에 책임을 돌렸다. 홍 원내대표는 "마치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이 제가 한 열흘 남겨 놓고 최근에 요청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며 반박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도 "지난 2년간 준비 안 된 것에 대한 정부 측의 사과도 없었고, 그러면 유예될 2년간에 어떤 대책과 예산을 투입할 것인지 가져오라 했지만, 아무것도 가져온 것이 없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늘 통과가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이 전제된다면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내달 1일에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한편 여야는 이날 광주와 대구를 연결하는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16명 중 찬성 211명, 반대 1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최근 회동에서 달빛철도법의 25일 본회의 통과에 합의했으며, 전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을 처리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작년 8월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헌정사상 최다인 국회의원 261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달빛철도는 총길이 198.8㎞로 총사업비 4조5158억원이 소요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철도는 대구(서대구), 경북(고령), 경남(합천·거창·함양), 전북(장수·남원·순창), 전남(담양), 광주(송정) 등 6개 광역 지자체와 10개 기초 지자체를 경유한다.
달빛고속철도가 개통되면 광주에서 대구까지 이동시간이 1시간대로 대폭 줄어 다양한 경제유발 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예상 사업비는 단선 기준으로 최소 6조원이 투입될 전망이며,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 이상 신규 사업은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를 거치게 돼 있지만,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은 철도 건설 사업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줘 정치권 안팎에선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에 입각해 일사천리로 처리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