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RWA, 연루 의심 직원 해고 후 진상 조사 착수
미국·캐나다·호주·이탈리아 UNRWA 자금 지원 중단
PLO "인도주의적 위험 커져 지원 중단 결정 철회" 촉구
◆…가자지구에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 사진=로이터통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공격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일부 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착수한 가운데 미국 등 일부 서방국가들이 UNRWA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BBC 등에 따르면 필립 라자리니 UNRWA 사무총장은 26일 "이스라엘 당국이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공격에 일부 UNRWA 직원이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정보를 UNRWA에 제보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계약을 즉시 해지하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의혹이 제기된 직원은 총 12명이며 UNRWA은 하마스 연루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기소를 포함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신베트와 군 정보당국을 인용해 하마스 기습 당시 UNRWA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UNRWA 기구의 차량과 시설이 이용됐다는 정보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수석 고문인 마크 레게브는 26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UNRWA 직원이 연루됐다. 석방된 한 이스라엘 인질이 UNRWA 직원의 집에 갇혀있었다고 언급했다"며 "그들은 하마스가 통제하는 노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 에일론 레비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예비판결에 대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UNRWA가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며 비난했다. 레비는 X(옛 트위터)에 "다른 날이었다면 이 소식이 주요 헤드라인을 장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식을 접한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유엔 사무총장이 경악을 금치못했다"고 전하면서 라자리니 총장에게 기습공격에 연루된 직원을 즉시 해고하고 잠재적 형사 기소에 회부할 수 있도록 조사를 실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유엔난민기구에 대한 포괄적인 독립적 조사가 실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스라엘은 UNRWA에 대해 전후활동 금지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UNRWA의 주요 후원국들로부터 이에 대한 지지 확보를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는 의혹이 해결될 때까지 UNRWA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으며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 영국도 동참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미국의 결정이 유엔난민기구에 책임을 묻는 중요한 조치"라며 지지했다.
반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등은 UNRWA에 대한 지원 중단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후세인 알-셰이크 PLO 사무총장은 X(옛 트위터)에 "UNRWA 지원 중단을 발표한 국가들은 결정을 철회하기를 바란다"며 "지원이 중단될 경우 정치적, 인도주의적 위험이 크다"고 호소했다.
하마스 언론 사무소는 텔레그램에 "우리는 유엔과 국제기구에 이스라엘의 위협과 협박에 굴복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1949년에 설립된 UNRWA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지에서 1차 의료와 인도적 구호 활동, 교육 업무 등을 수행해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가자지구 전역에 154개 피란민 보호시설을 운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