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봉·적도기니에 군사기지 건설 추진
위협 느낀 미국, 치열한 물밑 외교전 펼쳐
◆…한 중국인이 예멘 아덴에서 중국 해군 함선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미국이 중국의 대서양 군사기지 건설을 차단하기 위해 아프리카 서부 지역의 해안 국가들에 대한 외교를 대폭 강화하면서 서부 아프리카가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격전지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8월 가봉의 알리 봉고 대통령이 비밀리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군기지 건설을 약속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즉각 그 제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대서양을 전략적 전진기지로 삼으려는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가봉에 해군기지를 건설할 경우 군함의 정박과 정비까지 가능해져 미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가봉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뒤 아프리카 대륙 서쪽 해안에 해군기지를 확보하려는 중국을 겨냥해 이를 거부하도록 치열한 물밑 외교전을 벌였다.
가봉의 군정은 결국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으며 그 대가로 미국은 가봉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서방 국가들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합동 해상 훈련을 가봉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으며 가봉의 열대우림을 보존하기 위한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쿠데타가 발생한 국가에 대한 지원 금지가 법률로 규정될 정도로 엄격한 잣대가 존재하는 미국으로선 이례적인 대우라는 평가다.
음벰바 디졸렐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프리카 담당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군사적 열망을 좌절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유인책을 합법적으로 제공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국가 안보의 긴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은 가봉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의 해외 군사기지는 홍해의 입구에 있는 지부티가 유일하다. 중국은 이곳에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을 정박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 내 두 번째 군사기지의 유력 후보지로 적도기니를 주목하면서 각종 인프라 건설 지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침해 논란이 적지 않은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적도기니 대통령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워싱턴 주재 적도기니 대사는 "중국 정부로부터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공식 또는 비공식 요청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주장에 놀랐다"고 털어놨다.
한 미국 국가 안보관계자는 "중국은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기회를 찾아 나선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