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채울 제품 공급 부족으로 지점 폐쇄
LG매장에는 튀르키예 브랜드 그룬딕 입점
지정학적 긴장이 지역경제에 광범위한 영향
◆…LG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 포시즌스 호텔에 위치한 프리미엄 영화관에서 마스터스 토크(Masters' Talk)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LG전자 홈페이지 캡처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인 LG, 소니, 보쉬가 러시아에서 브랜드 매장을 폐쇄하기 시작했다. 빈자리는 중국과 튀르키예(터키) 제품이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 등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LG는 공급 부족을 이유로 모스크바 내 공식매장 4곳을 포함해 현지에서 운영하던 지점을 모두 폐점했다. 러시아에 수출하는 제품 선적·판매부터 현지 생산까지 올스톱돼 매장을 채울 제품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당초 조기에 매장을 철수할 계획을 검토했지만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물지 않기 위해 폐점이 늦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후반 러시아에 진출한 LG전자는 러시아에서 '국민 브랜드'로 통할 만큼 탄탄한 브랜드 입지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022년 3월 이후 미국, 유럽 등 서방의 대러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루자지역에 설립한 가전·TV 생산공장이 운영을 중단하는 등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소니도 모스크바 일부 매장만 여름까지 유지하고 다른 매장은 문을 닫는다. 보쉬 역시 재고가 소진될때까지만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콘솔 판매뿐만 아니라 러시아로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배송을 중단했다. 독일의 보쉬는 러시아 공장 7곳 모두에서 생산을 중단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의 시설을 튀르키예 투자 펀드인 캔 홀딩에 2000만 달러에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들 브랜드가 철수한 매장에는 중국과 튀르키예 가전제품 제조사가 채우고 있다. LG전자를 대표하는 매장으로 알려진 모스크바 '아피몰 시티'는 홈페이지를 통해 튀르키예 브랜드 '그룬딕'이 입점하기 위해 LG 매장을 수리 중이라고 공지했다.
외신들은 다국적 기업이 떠난 빈자리를 제재의 영향을 덜 받는 국가의 기업들이 채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지역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