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고(高)분양가 논란을 빚은 건설회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아파트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이 분양가 책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분양가가 비싸다는 비난이 나오거나 분양승인 과정에서 자치단체와 가격 줄다리기가 심해질 경우 국세청 세무조사의 표적이 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분양가 산정에 대한 부담으로 분양일정을 잡지 못해 애태우는 회사도 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화성 동탄신도시에 짓는 주상복합아파트 '메타폴리스'의 분양가를 정하지 못해 분양일정을 미루고 있다.
이 업체가 고려중인 분양가는 평당 1천400만-1천500만원대로 최근 동탄신도시에 분양한 일반아파트보다 비싸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일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분양가와 관련해 자치단체 등 눈치를 보고 있는데 건설사 세무조사까지 겹쳐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느낌"이라며 "연내 분양이 목표지만 분위기가 나쁘면 더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2천164가구의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할 신영도 시 분양승인 과정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회사측은 분양가를 평당 평균 1천150만원 선에 잡아놨지만 청주시와 시민단체는 평당 1천만원을 넘는 것에 대해 반감을 표하고 있다.
신영 관계자는 "분양승인을 신청하기도 전에 고분양가 논란에 세무조사 등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아 걱정"이라며 "가격 때문에 내달 초로 예정된 분양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될까 비상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월드건설이 파주 교하지구에 분양하는 타운하우스 개념의 중대형 빌라도 적정 분양가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드건설 관계자는 "파주신도시 한라비발디 분양 이후 지켜보는 눈이 많아 분양가 책정이 쉽지 않다"며 "분양가 상한제 자문위원회 심의를 통과할 수 있는 수준에 가격을 맞추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태영과 한림건설은 마산 '메트로시티'의 분양가를 놓고 시와 줄다리기를 벌이다 결국 16일 오후 시의 권고 가격을 전격 수용했다.
마산시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최종 평당 분양가(새시비 포함)는 36평형이 779만7천원, 40평형이 839만1천원, 49평형이 871만8천원, 53평형이 909만원, 71평형이 969만9천원에 결정됐다.
이는 당초 태영측이 신청한 금액보다 평당 24만8천원 정도 낮은 것이다.
마산시 관계자는 "건설회사가 16일 오전까지 시의 권고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했으나 17일 모델하우스 개관 일정이 잡혀있고, 국세청의 세무조사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주택공급을 확대한다고 해놓고 세무조사를 통해 분양가 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처사"라면서도 "세무조사를 달가워하는 건설회사는 없는 만큼 결국 분양가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