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방송 "호주-한국 외교 관계 어려움 초래할 가능성"
"호주 외교통상부 대변인, 이종섭 대사 도착 환영"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 상세 보도
◆…[사진=호주 ABC 방송]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의 조사를 받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 대사에 임명돼 호주로 출국한 것을 두고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호주 현지 언론이 이를 비중 있게 다뤄 주목을 끌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호주 ABC방송은 '한국 대사 이종섭, 자국 비리 수사에도 호주 입국'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군인 사망 사건 관련한 부패 수사에 연루된 전직 국방부 장관이 논란이 되고 있는 대사임명을 지속하기 위해 호주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한국의 공수처(CIO)는 해병대의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를 그가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며 "지난 주말, 한국 법무부는 이종섭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를 해제해,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떠날 수 있도록 했다"며 '출금해제' 논란을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대사에게 외교관이라는 직함을 부여해 도피를 도왔다"는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의 발언을 인용하는 등 야당의 거센 비판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보도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10일 밤 서울 인천국제공항에 모여 이 대사가 대한항공 항공편으로 출국하기 전 이 대사 임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의 언론 보도 인용을 전제로 "한국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지난 1월 이 대사에게 내려진 출국금지 조치를 몰랐다고 주장했고, 이 대사는 법무부에 이를 취소하라고 로비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이 논란이 한국과 호주의 외교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매체는 "이런 일련의 이야기가 호주와 한국의 외교 관계에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호주의) 외교통상부는 이 대사의 호주 도착을 환영했다"고 했다.
아울러 "호주는 한국과의 중요한 관계를 높게 평가하며, 이 대사 지명자와 함께 일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호주 외교통상부 대변인의 말을 전했다.
호주 ABC방송은 공영언론사로, 호주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매체 중 주간 사용율 1위, 브랜드 신뢰도 점수에서 1위를 기록한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 손꼽힌다.
앞서 이 대사는 지난해 해병대 수사단이 채상병 사망 사건의 책임자를 수사하는 과정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고, 경찰에 적법하게 이첩된 수사 기록을 회수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대사는 지난 4일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뒤 공수처의 출국금지에 이의를 신청하는 한편, 출국금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공수처에 출석해 4시간가량 조사받았다. 8일 법무부의 출금 해체로 이 대사는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한편 공수처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 대사에 대해 "추가적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소환조사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 대사가 소환조사를 포함한 수사 과정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물리적 거리는 있지만 외교관 신분으로서 국내에 들어와야 할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가 '이 대사 수사에 출국금지 연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낸 데 대해 "(이 대사에 대한) 출국금지를 안 했으면 어떻게 됐겠나. 출국금지를 안 하는 게 맞나"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또 이 대사가 사건 당시 사용한 휴대전화가 아닌 새 휴대전화를 제출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