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024년도 제4차 금융통화위원회(정기) 의사록’ 발표
금통위원 "섣부른 완화 기대, 민간부채 추가 증가 요인 작용 가능성 경계 필요"
"높은 가계대출과 주택가격, 향후 기준금리 피벗 시점 결정에 핵심 변수 될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12일 한은이 공개한 '2024년도 제4차 금융통화위원회(정기) 의사록'에 의하면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이 이 같은 의견을 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22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지난해 2, 4, 5, 7, 8, 10, 11월과 올해 1월 기준금리 동결에 이어 아홉 번 연속 동결 결정을 이어갔다.
의사록에 따르면, A 금통위원은 "기대인플레이션이 3%로 여전히 높은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공급측면의 상방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기조 완화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이어 "섣부른 완화기대는 둔화된 주택가격 매수심리를 자극하고 민간부채의 추가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물가가 전망경로를 따라 목표수준으로 수렴해가는 것이 충분히 확인되는 시점에서 긴축기조의 완화를 시작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부채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거시건전성정책과의 조율이 선행되어야 한다"라고 개진했다.
B 위원 역시 "전반적인 물가상승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고 이미 높아진 물가 수준으로 인해 지표상의 물가와 체감 물가 간의 괴리가 좁혀지는 데는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은 최근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그 수준 자체가 높아 향후 기준금리의 피벗 시점 결정에 있어서 주택가격과 함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며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결정 방향,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경제환경 변화와 대내적으로는 고금리 상황 지속에 따른 취약성 노출 정도, 물가의 안정적 하향 흐름 여부와 가계대출 동향 등의 변수를 확인해 가면서 대응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덧붙였다.
C 위원은 "고금리의 장기화로 인해 취약부문의 어려움이 누적되고 있어, 높은 금리가 가계의 소비를 제약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며 "기준금리를 현재의 3.5% 수준에서 동결하고 고금리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미시적 수단을 동원해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아울러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 과정과 이에 따른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불안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되지 않도록 대내외 금융·경제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D 위원은 "국내 경제는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한 반면 수출은 예상을 상회하는 호조세를 나타내었다"며 "물가의 경우 예상에 부합하는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으며 민간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물가에 대한 수요측 압력도 다소 약화되었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외 경제·금융 여건을 고려할 때 금번에는 기준금리를 현 3.50%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내수 부진 등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소폭 약화되면서 긴축완화의 위험이 다소 감소하였다고 평가하는바 향후 물가 및 경제 상황의 흐름, 그리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완화 시점을 적절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부연했다.
E 위원은 "물가가 기조적으로 둔화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여전히 목표 대비 높은 수준이며 향후 물가경로의 불확실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반면 경기가 완만히 회복되고 있으며 금년도와 내년도 성장이 잠재성장률 수준 또는 그 이상의 개선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현재의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서두를 요인이 크지 않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하여 물가경로와 여러 관련 지표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대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이를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국내외 경제상황, 주요국 통화정책의 변화와 환율 움직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등을 고려하여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F 위원은 "국내 인플레이션은 완만한 둔화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등으로 유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데다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주춤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계대출은 낮은 증가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증가를 지속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금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디스인플레이션 및 디레버리징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긴축기조를 충분히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향후 인플레이션 흐름, 금융안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의 영향 등 대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어 "금통위원 5명은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2% 목표보다 높은 수준이고 앞으로 물가가 우리의 전망대로 둔화될 지 블확실성도 큰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은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점을 3.5%로 유지하는 견해의 주된 배경으로 밝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나머지 1명은 소비가 당초 전망보다 부진해서 물가 압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내수 부진에 대해서도 사전적으로 대비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부연설명했다.
이 총재는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올 상반기 내 금리인하가 어렵다는 의견을 유지했다.
그는 "지난번에 2월 경제전망이 11월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상반기 금리인하는 쉽지 않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오늘 발표한 2월 전망이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11월 전망과 거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 전체적으로 마지막 마일(Last Miles)에서 물가가 어떻게 될지, 평탄하게 움직이지 않고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면서 "이 때문에 물가가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내려가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해 보고 그 다음 금리의 움직임에 대해서 논의하자는 것이 대부분 금통위원들의 생각"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