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 전력있는 50대 남성
음주운전하다 목격자 신고로 경찰에 붙잡혀
‘위법 체포’로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는 위법
판사 "또 법정에서 만나면 최고형 선고" 경고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선고에 앞서 개인적인 양심과 법관으로서의 양심 사이에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10년 전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고도 또다시 같은 범행을 저지른 50대 남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사의 고뇌에 찬 발언이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단독 최치봉 판사는 지난 28일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53)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0여년 전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전력이 있는 A씨는 지난해 2월 5일 오전 0시50분쯤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술집에서 소주 1병과 맥주 500㏄를 마신 뒤 자신의 차량을 끌고 귀가하던 중 음주운전을 의심하고 따라온 목격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3차례에 걸쳐 음주측정을 요구했지만 A씨는 끝까지 음주측정을 거부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러나 A씨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이에 대해 '위법한 체포'라고 주장했다. A씨를 체포한 경찰관들이 신고자 일행에게서 A씨 신병을 인계받으면서 피고인에게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한다고 고지하거나 현행범 인수서 등을 작성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재판부는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루어진 음주측정 요구는 위법하다고 보아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을 담당한 최치봉 판사는 선고에 앞서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고도 또다시 음주운전을 한 피고인이지만, 적법한 절차를 지키기 않은 체포 이후에 이뤄진 음주측정 요구였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개인적인 양심과 법관으로서의 양심 사이에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법관으로서 양심은 적법 절차 원칙을 따르는 것인데 적법 절차 원칙이라는 것은 문명의 시대에서 요구되는 것"이라며 "피고인이 살고 있고 살려고 하는 야만의 시대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최소 3년 이상의 형을 선고해야 하는 범행으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해서 피고인의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음주운전으로 다시 이 법정에서 만난다면 그때는 단언컨대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형을 선고하겠다"고 경고한 뒤 판결문을 낭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