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팔아 80대 노모와 동생 생계 이어와
알코올 중독 동생 폐지 판 돈으로 술 마셔
재판부, 가족 부양 위해 가정보호사건 송치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알코올 중독인 50대 친동생을 청소 도구로 때리고 목에 쇠사슬을 채운 60대 친형이 형사처벌을 피했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판사 정서현)은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A씨에게 판결 선고를 내리지 않고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했다.
가정보호사건은 일반 형사 사건과 다르게 가정법원으로 관할이 정해지며 형사처벌이 아닌 임시조치 명령이나 보호 처분 등을 부과받는다.
앞서 지난해 5월 28일 의정부시의 집에서 A씨와 함께 살던 50대 동생 B씨는 집 근처 아파트 놀이터에서 목에 쇠사슬이 감긴 채 누워있는 상태로 발견돼 한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B씨의 목에 쇠사슬이 감겨 있고 매질의 흔적을 발견한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를 수상하게 여겨 폭행 용의자로 친형인 A씨를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폐지를 주워 한 달에 약 40만~50만원으로 80대 노모와 B씨의 생계를 꾸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알코올 중독 상태인 동생이 모아둔 폐지를 팔고 그 돈으로 술을 마셔서 때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B씨를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 조치하고, 지자체 복지센터와 연계해 알코올 치료 등 지원 방법을 모색했다.
A씨의 국선변호사는 "피고인은 파지를 수집하며 치매 어머니와 동생을 부양했고 매일 잠에서 깨고 싶지 않다는 심정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왔다"며 "모든 혐의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벌금 판결을 내리든 실형을 선고하든 피해자에게 좋은 것이 없다"며 "형사 사건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앞으로 동생과 계속 살아야 하니 피고인이 도움을 받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