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금리 인하하겠지만 급할 이유가 없다" 언급한 배경은

샌프란시스코 연준 대담서 "금리 인하 결정은 정말 중요한 결정" 강조

파월 "특정 월의 물가지표에 과민반응하지 않을 것" 언급

KB證 "최근 물가 재차 반등...연준도 자신감 쌓지 못하고 있어"

"시장의 전망보다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 의장이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작년과 같은 긍정적인 지표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필요가 없다"언급한 점이 물가는 울퉁불퉁하지만 미국 경기가 견고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파월 의장은 29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주최 대담에서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연준의 예상에 꽤 부합한다"고 평가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리 인하를 시작하겠다는 결정은 정말 중요한 결정"이라면서 "특정 월의 물가 지표에 과민반응 하지(overreact)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1일 채권 전망보고서에서 미국의 2월 PCE 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33% 상승하면서 시장 예상치(0.4%) 및 전월치(0.38%)를 하회했다고 진단했다.

임 연구원은 이어 "국제 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및 식료품 부문이 0.88% 상승(기여도 0.06%p)했고, 또한, 2월 소비자물가에서 확인했듯이 에너지 및 식료품을 제외한 상품도 0.28% 상승하면서 8개월간의 디스인플레이션은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거 부문도 0.44% 상승하면서 지난달(0.51)보다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면서 "다만, 주거 제외 서비스는 0.20% 상승하면서 지난달(0.68%)보다 큰 폭으로 둔화되면서 핵심 PCE 물가지수는 0.26% 상승(시장 예상치 0.3%)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전년대비로는 헤드라인은 2.45%로 전월(2.43%)보다 소폭 높아졌지만, 핵심 PCE는 2.78% 상승하면서 지난달(2.88%)보다 둔화되는 모습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PCE 가격지수는 미국 거주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지불하는 가격을 측정하는 지표다. 이날 미 상무부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가 작년 2월 대비 2.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월의 전년동기 대비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2.9%)보다 0.1% 포인트 낮은 수치다.

파월 의장은 "고용지표 호조로 인플레이션이 2%에 가까워질 때까지 연준(Fed)이 기다릴 시간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올해 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둔화되는 모습이지만, 이는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면서 "기저효과를 제거한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6개월 이동 평균 연율화 물가는 지난 12월 헤드라인은 2.05%, 핵심은 1.88%로 2% 부근까지 둔화된 이후 재차 반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월 헤드라인은 2.51%, 핵심은 2.89%를 기록, 2023년 1월 헤드라인은 4.34%, 핵심은 5.18%를 기록한 이후 연말까지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준 것과 비교하면 물가는 재차 반등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연준은 1월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지만, 그 이후 발표된 물가 지표들이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도 자신감을 쌓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월은 금리 인하가 늦어질 경우 고금리로 인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현재 수준의 금리로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금리를 빨리 인하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존재하며 금리를 다시 인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2월 개인 소비지출도 전월대비 0.76% 증가하면서 시장 예상치 (0.5%)를 상회하며 시장 예상치 상단(0.8%)에 근접하는 모습"이라면서 "실질 지출도 0.43% 증가하는 등 미국 가계의 소비 여력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파월은 고용 시장은 매우 강하다고 언급하면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언급했다"면서 "강한 성장의 근간이 되는 것은 강한 고용 지표"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2월 개인 소득은 전월대비 0.28% 증가하면서 개인 소비지출 증가율을 하회하고 있다.

임 연구원은 "연준이 지난 3월 FOMC에서 연내 3차례 인하 전망을 유지하면서 시장은 6월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면서도 "3월 FOMC 이후 나온 연준 위원들의 발언을 보면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인정하지만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전망보다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더욱이 연준의 점도표에서 3회 이상의 금리인하를 전망한 위원 중 한 명만 금리인하 폭을 축소하게 될 경우 연내 금리인하 폭은 축소될 위험이 존재하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연내 금리인하 기대가 유효한 만큼 채권 금리의 상단은 제한되겠지만, 금리인하 시기가 지연될 수 있어 조급히 채권 비중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조언했다.

파월 의장도 앞서 샌프란시스코 연준 대담에서 "금리를 너무 빨리 인하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며 이는 (경제에)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그는 "현재 수준의 금리로 인해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밝혀 금리 인하를 너무 지연시키면 고금리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시장 반응에 일단 선을 그었다.

하지만 몇몇 연준 관계자들도 파월 의장의 입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Fed가 올해 금리를 한 번만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리 인하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