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포럼, 5일 기자회견 갖고 밸류업 실천 위한 10대 우선과제 제시
"코리아디스카운트, 저출산 버금가는 재앙"..."재산 증식 기회 사다리 돼야"
상법 개정·자사주 소각의무·배당소득세 등 세제 개선 등 요구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5일 여의도 Two IFC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완성을 위한 10대 과제를 제시했다.［사진=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제공］
거버넌스포럼(포럼)은 5일 오전 여의도 Two IFC 3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앞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완성을 위한 10대 과제를 우선순위에 따라 정리했다.
포럼은 먼저 "아직 확정은 되지 않았지만 금융위가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들과 2월 26일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도 적극 지지한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저출산 문제과 맞먹을 정도의 재앙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핵심 사안에 대해 법 개정을 통한 국회 역할이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증시는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이자 국민의 건전한 자산 축적을 돕는 기회의 사다리"라고 언급한 뒤, "그러나 간판 상장사들이 주도하는 한국 증시는 최근 주가 상승에도 미국, 대만, 전 세계 시장 밸류에이션의 50% 미만, 일본의 6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시장 경제를 외면하고 점차 고립화되는 중국 증시와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며 "그 이유를 주가 변화와 배당을 연율화시킨 개념인 총주주수익률(TSR)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한국 주주는 2% 배당 포함 단지 연 5% 수익을 얻었는데 이는 일본, 대만, 전 세계의 약 1/2 이고 미국의 38% 수준"이라며 "지배주주가 일반주주 이익 침해하고, 권력기관 출신을 이사회에 배치해 이사회 독립성을 해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포럼은 LG전자 CEO가 향후 3년 간 신규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배당성향 25%, 최소 배당 1000원을 약속했지만 지난 1년간 주가 17% 하락, 3년간 40% 폭락한 회사가 시중은행 예금금리에 못 미치는 1% 배당수익률을 약속한 것으로 일반주주에 대한 모독임을 강조했다.
포럼은 2250만명 국민연금 가입자와 1400만명 주식 투자자들이 간접적으로 코리아디스카운트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한국 증시 저평가로 미래 수익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포럼은 국내 기업들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앞장서서 미래수익률이 일본, 대만 수준인 연 10%로 뛴다면 한국주식 비중이 14%에 달하는 국민연금은 물론 개인의 자산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므로 이를 위해서는 지난 2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제대로 실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포럼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실천을 위한 10대 과제를 제안했다. 우선순위는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기업 및 시장 밸류에이션 레벨업 기대 효과를 기준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10대 과제 중 기대가 낮기에 의외로 뜻밖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은 국민연금이며,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일본공적연금(GPIF)가 기관 중 맏형 역할을 확실히 했기에 우리나라도 NPS에 기대해보겠다는 점도 덧붙였다.
포럼은 가장 먼저 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상법 개정은 주무부처인 법무부 의견서가 중요하고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양당 대표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체는 이사회인 만큼 이사회가 중심이 되어서 자본비용, 자본수익률, 주가 밸류에이션 등 분석하고 구체적인 액션플랜 수립해 발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금융위와 금감원, 한국거래소 수장과 임직원들이 주요 상장사들을 방문하거나 연락해 회사의 템플릿 이해도 점검하고 채택을 독려해 달라고 했다.
아울러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고 향후 추가로 취득하는 자사주도 3개월 내 의무적으로 소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포럼은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아니다"며 "자사주는 지배주주 돈이 아닌 회사의 자금으로 매수한 것이므로 경영권 방어 수단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에서는 소각 없는 자사주 매입은 이사회를 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포럼은 자체 서베이(조사)에 의하면 80% 이상의 외국인 투자자는 회사 현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소각이 없는 경우 이를 시총이나 주주가치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한국거래소도 자사주 취득 시 시총을 그 만큼 축소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함께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도입 및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포럼은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서면 장기투자자 경우에도 배당에 최고세율 50%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중과세 문제에다 자본시장 발전 측면에서 장기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포럼은 "안정적인 기업에 배당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중장년층에는 가혹한 세금"이라면서 "현실적으로는 지배주주가 대부분 최고세율 적용을 받는데 이는 높은 배당을 꺼리는 요인이 된다"고 했다.
홍콩·싱가폴의 경우 배당세가 없고, 미국은 워렌버핏도 1 년 보유 시 배당소득에 대해 15% 분리과세한다는 점 등을 언급한 뒤, "배당소득세 분리과세하고 배당금 2000만원 초과 시 20~30% 세율 적용하면 합리적"이라고 제언했다.
국제투자자들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천에는 국민연금의 역할에 매우 관심이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포럼은 "일본 거버넌스 개혁에서 GPIF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라며 "국민연금도 주요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시 자체위원회 결정 내용과 그 근거를 주총 2~3주 전에 홈페이지에 상세히 사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마침 금감원이 의결권을 불성실하게 행사한 운용사를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서 국내에서도 책임있게 의결권 행사가 이뤄지길 바라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한국주식 비중은 총자산의 14%로 일본의 25%보다 낮고 '국내주식 역차별'이 있다"면서 "밸류업을 계기로 국민연금이 한국 증시 레벨업을 주도하고 이를 위해 국내주식 아웃소싱 자금을 증가시켜 수급을 점진적으로 개선시키길 바라겠다"고 했다.
포럼은 이밖에도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배당 늘리는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상장폐지 경고 시스템 가동 △상장사 모자회사 및 계열사 간 합병 시 공정가치 평가 △상속세 및 증여세 현실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포럼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높은 상속세라는 일부 경제 단체 및 언론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포럼은 "국내 상속증여세율이 과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가만을 근거로 상속세를 계산하므로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나쁜 지배주주에게 상속세를 줄여주는 비합리적인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부가와 시가 중에 큰 금액으로 세금을 부과하되 세율을 낮춰주면 탈세 동기도 줄어들 것"이라면서 "정부 입장에선 세수는 줄지 않으면서 세율은 낮춰줄 수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