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이과 국민이 부흥시킨 나라, 문과 지도자가 말아먹어"
노환규 "가성비 의료 제공해 온 의사를 대통령이 악마화 선동"
성원용 "부가가치 낮은 곳은 퇴장하고 유망한 곳에 인력 집중"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 사진=연합뉴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해 강경 자세를 고수하고 있는 정부를 향해 "요즘, 이과 국민이 나서서 부흥시킨 나라를 문과 지도자가 나서서 말아먹는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노 전 회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갈라치기 해서 매우 죄송하다. 문재인-변호사 출신, 윤석열-검사 출신, 이재명-변호사 출신, 한동훈-검사 출신 등 지금 눈에 보이는 리더들만 보아도 그렇다"고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성원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의 글을 공유하며 "지난 2월 6일 의료농단 사태가 일어난 이후, 문제점을 가장 핵심적으로 요약한 명문이라고 생각되는 글을 소개한다"고 말했다.
노 전 회장은 2시간 후 또 다른 게시물을 올리며 "우리나라 국민은 OECD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적은 돈을 내고서도 병원 진료를 2.5배 많이 받고, 2.4배 더 오래 입원한다. 그리고 매우 쉽게 의사들을 만난다"며 "정부가 강제하는 의료비가 OECD 평균의 1/3밖에 안 되어 의사들이 3배 더 많이 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그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른 나라에서는 불가능한, 높은 가성비의 진료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민의 수명도 크게 늘어났고 각종 뛰어난 의료성과지표를 자랑한다. K-POP은 이제 빛을 발하지만 싸고 질 좋고 언제 어디서나 의사를 만날 수 있는 K-MEDI는 이미 세계 최고에 올라선 지 오래"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향해 "그런 의료를 제공해 온 의사들이 타파해야 할 카르텔이라고 대통령이 말한다. 대통령이 의사의 악마화를 선동하는 건가. 몸을 갈아 넣으며 가성비 높은 의료를 제공해 왔는데도 욕을 먹고 있는 의사들에게 어떤 생각이 들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현재는 의대 증원이 아니라 의대 감원을 고려할 시점이다. 의사 증가율이 우리나라의 절반에 불과한 일본 정부가 의사 감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과 같은 이유"라고 전했다.
◆ 성원용 명예교수 '의사 늘리기보다 더 중요한 일'
한편 노 전 회장이 언급한 성원용 명예교수는 지난해 12월 2일 중앙선데이에 '의사 늘리기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성 교수는 기고문에서 "의대 정원 증원의 근거인 '의사 부족' 논리는 현재 우리나라의 실제 상황과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의 1인당 연간 병원 방문 횟수는 2019년 기준 17.2회로 선진국 평균 6.8회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며 "심지어 우리와 의료제도가 비슷하고 노령화가 더 심각한 일본의 약 13회보다도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출산 문제를 고려할 때 의대 정원 확대는 더욱 자제해야 한다. 10년 전 고등학교 졸업생의 약 0.4%가 의대에 진학했던 것에 비해 현재는 약 0.6%, 20년 후에는 1.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대 정원의 확대는 다른 분야의 인재 고갈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일부 분야 의료인력의 경우에는 오히려 줄이기를 고려해야 한다. 내 관찰에 치과의사는 이미 과잉 상태이며, 많은 한의사가 도수치료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산업 분야에서도 부가가치 낮은 곳은 질서 있게 퇴장하고 유망한 곳에 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