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시다 “오늘의 우크라, 동아시아의 내일 될 수도”

미국을 국빈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1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동맹국을 지원하기 위한 일본의 군사·외교적 역할 확대에 대해 언급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국가라는 사실에 외로움과 피로감을 느낄 미국인들에게 연설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그는 "미국은 계속해서 중추적 역할을 계속 수행해야 하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필수 불가결하다"며 "미국이 그 부담을 혼자 짊어지지 않도록 일본이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지원이 없다면 우크라이나의 희망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무너지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미국의 존재없이 인도·태평양 지역이 가혹한 현실과 마주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반문했다.

기시다 총리는 "현재 세계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역사적 전환점'에 있다"면서 "신흥 국가들이 더 많은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고,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인공 지능의 급속한 발전이 인간의 삶을 방해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에 대해선 "현재 중국의 대외 정책과 군사적 행동은 일본의 평화와 안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반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전례 없는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며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동아시아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동아시아에는 핵무기 보유 및 그의 확산에 따른 위험이 존재한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탄도 미사일을 수출하는 등 북한의 도발은 지역을 넘어선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수년에 걸쳐 변했다.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에서 회복하는 과묵한 동맹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강력하고 헌신적인 동맹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우주선에 일본이 미국의 동승자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우리는 필요한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함께 한 자리에서 수차례 기립 박수를 받았으며 연설은 34분간 영어로 진행됐다. 일본 총리의 미 상·하원 합동연설은 2015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이후 9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