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상승 폭과 시기 너무 빨라...중동 확전 여부에 달려

16일 원·달러 환율 1년 5개우러 만에 1,400원 돌파...올 1분기 동안 106원↑

이란-이스라엘 갈등 심화로 국제 금융시장 '출렁'...환율 급등에 영향 줘

유진투자證 "환율, 변동성 확대…상단 1,440원까지 열어둬야"

중동 확전 가능성↓, 美 금리인하 기대감 유지...우리 경제엔 적신호 켜져

16일 원·달러 환율은 장 중 1년 5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환율은 지난 15일 종가 기준으로 1,384원을 넘어 연고점을 기록한 데 이어, 16일 오전 한 때 1400.24원까지 치솟았다. 4거래일 연속 연고점 경신이다. 올 들어 1분기가 겨우 지난 시점에 환율은 무려 106.50원이 올랐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 16일까지 약 4개월 동안 원·달러 환율은 1,288.0원(2023.12.28.)→1,334.60원(2024.1.31.)→1,331.50원(2.29)→1,347.20원(3.29)→1,394.50원(4.16)의 변동 흐름을 보이고 있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건 IMF 외환위기(1997~1998년)·금융위기(2008~2009년)·레고랜드 사태(2022년)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이란의 갈등 심화로 인한 중동발(發) 지정학적 위기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금리 정책의 불확실성에 원화 가치 하락폭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란이 전격적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드론 등으로 공습한 뒤 금융시장이 더욱 출렁이고 있다.

특히 중동지역 전쟁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가가 급등하는 등 환율 상승 속도를 자극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단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전면적 공세를 자제하면서 정세가 소강 국면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여전히 금융시장은 불안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맞물려 미 연준은 금리 인하시기를 계속 미루고 있는 점도 우리로서는 위협적인 요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연준의 금리 인하시기는 올 3월쯤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미국 내 소매판매가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면서 금리 인하가 하반기로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음을 물론이고, 최근에는 올해 안에 금리 인하가 힘들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된 상황에서도 미국 소비자들은 예상보다 더 활발한 소비 활동을 보이면서 앞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4% 상승을 보이며 전망치를 웃돌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제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의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21.5%로 보고 있다. 동결 가능성은 77%선까지 올랐다.

미 국채 수익률 또한 이날 소매 판매 지표와 더불어 중동 긴장 고조에 급격히 상승했다. CNBC에 따르면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1bp(1bp=0.01%p) 이상 상승해 4.61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금리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물은 3bp 이상 상승해 4.912%를 기록했다. 국채금리와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어쩌면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도 시장 일부에서 나온다.
 

정부-금융당국, 환율 급등에 따른 시장 불안 심리 확산 진화나서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 때 1400원선까지 올라서자 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는 등 시장의 지나친 불안 심리 확산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긴급공지를 통해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에도 당국은 환율 급등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동 사태 관련 관계부처 합동 비상상황점검회의에서 "시장이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돼 과도한 변동성을 보일 경우에는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15일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시장 영향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국내 금융시장 여건이 양호한 상황이고, 시장 불안 요인에 대한 정부의 대응여력도 충분한 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과도한 우려를 가질 필요는 없다"며 냉정하고 차분한 대응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현재 우리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는 등 잠재적 시장 불안 요인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중동 사태 전개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만일 사태가 악화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 불안 발생 시 이미 가동 중인 94조원 규모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적극 대응하고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관계부처와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신속히 추가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증권가 "중동 확전 없다면...전고점 1,440원대 부담스러울 것"

한편 증권가는 중동전 확전이 없다면 전고점 1,440 원대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유진투자증권 이정훈 연구원은 최근 급등하는 환율과 관련해 "관건은 2022년 10월 고점인 1,444원 선까지 상승폭이 확대될 수 있는가가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아직까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으로 올라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이날 전망보고서를 통해 "미국 3월 CPI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데 이어 중동의 지정학 문제까지 불거져 지정학 이슈에 민감한 원화의 특성상 매우 좋지 않은 악재의 조합이라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2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400원을 돌파한 환율의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고 본 것이다. 그는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환율이 4-50원 가량 급등했다"면서 "해당 이슈들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감안할 때, 1,4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 연구원은 다만 2022년 10월 당시와 현재는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다고 언급했다.

이전 당시에는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과 미국의 침체 우려 ▲유로존 에너지 위기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국내 무역적자 및 레고랜드 사태 등 대내외 모든 악재가 겹친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연준의 인하 기대 자체는 유지되고 있고, 침체 우려가 없으며 무역수지도 꾸준히 흑자를 기록 중으로 적어도 현재로서는 2022년 10월 당시보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환율이 더 큰 폭으로 상승하려면 전쟁이 더 심화되거나,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라지는 정도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강(强)달러 압력 확대와 함께 외국인 배당금 지급에 따른 달러 수요가 더해지면서 원화는 4월 들어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더해 중동지역 지정학적 갈등 격화에 따른 위험 회피까지 더해지면서 2차 상단으로 1,440원을 예상했다.

앞서 전날(15일) 하나증권은 중동에 또다시 전운이 짙어지면서 전 세계 유가 상승에 따른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점진적 상승 흐름으로 전개되며 연평균 1357원 내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스라엘-이란 간 갈등이 심화되어 확전이 될 경우 일일 318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원유 공급을 무기로 삼을 수 있어 유가 급등으로 달러강세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하나증권 전규연 이코노미스트는 15일 전망분석보고서를 통해 "문제는 고유가로 인해 2분기 미국의 인플레이션 경로가 변경될 수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 변동과 관련해선 전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은 금일 종가 기준 1,384원을 기록하며 1차 저항선이었던 1,380원을 넘어선 만큼 단기적으로 1,400원대 진입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ECB, BOE 등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가 독립적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연준의 금리 인하는 3분기 경으로 밀리고 금리 인하 횟수가 2회로 제한되면서 달러-원 환율은 연말까지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 "4분기 미국 대선 경계감도 유효하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분기별 평균 환율은 1분기 1,329원, 2분기 1,360원, 3분기 1,365원, 그리고 4분기엔 1,375원이 될 것으로 관측하면서 연평균 환율을 1,357원 내외로 상향 조정한다고 했다. 환율이 큰 변동성을 보이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자라에게 놀란 가슴, 솥두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듯이 지난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우리 경제주체들은 급등한 원·환율에 우려감을 넘어 '패닉' 상태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환율 변동은 무역 중심의 우리 경제로서는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다만 이스라엘이 미국의 만류로 전면 보복에 나서지 않기로 하면서 확전될 가능성이 줄어들고, 이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역시 줄어들면서 분위기가 다소 긍정적으로 전환, 최악의 상황으로는 전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또한 어느 누구도 100%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정부와 금융당국의 치밀한 모니터링과 사전적 대응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