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채상병 사건' 수사 속도 낸다...국방부 법무관리관 14시간 조사

사건 발생 9개월 만에 주요 피의자 첫 소환

박정훈 전 수사단장에게 외압 행사한 의혹

국방부가 압수영장 없이 이첩 자료 회수 관여

尹대통령, 공수처장 후보에 오동운 변호사 지명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6일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소환해 조사했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 관리관은 이날 오전 9시 36분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과천정부청사에 출석해 공수처 조사를 받은 뒤 약 14시간 만인 오후 11시 30분쯤 귀가했다.

공수처가 주요 피의자를 소환한 것은 지난달 자진 출석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유 관리관의 소환을 계기로 수사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유 관리관은 조사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는 "수사기관에서 충분히 답변을 드렸다", "드릴 말씀이 없다"로 답했다.

유 관리관은 지난해 7∼8월 채상병 순직 사건을 초동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혐의자와 혐의 내용, 죄명을 빼라'며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같은 해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넘긴 사건 자료를 국방부가 압수영장 없이 회수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유 관리관이 회수 당일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한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유 관리관이 부당한 수사 외압을 행사한 바 없고, 사건 자료는 박 전 단장이 이첩 보류 명령을 어긴 '항명 사건'에 대한 증거자료로서 적법하게 회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박 전 단장은 항명죄 피의자로 기소돼 현재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유 관리관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김 사령관, 이 전 대사 등을 차례로 소환해 수사망을 넓힐 예정이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에게도 출석을 통보한 상태다.

한편 판사 출신인 오동운 변호사가 공수처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두 명의 후보자 중 오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지명했다"며 "신속히 국회 인사청문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