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호 "사법절차 끝날 것 기다려야…나쁜 선례 남기고 직무유기 될 수도"
"못 믿겠으면 공수처도 없애야…10번째 거부권 행사? 건수보다 내용이 중요"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은 3일 더불어민주당이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채상병특검법)을 국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한 데 대해 '입법 폭거'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거듭 시사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해 "기본적인 입장은 사법 절차에 지금 상당히 어긋나는 입법 폭거"라며 이같이 밝혔다.
홍 정무수석은 "대통령은 아마 이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태원 특별법은 이미 경찰, 검찰 수사 다 끝나고 국정조사까지 해서 22명이 기소됐고 그래도 조사가 부족하다는 유가족들의 뜻도 있어 여야가 합의했다. 사법 절차를 종료한 사안이다. 채상병 건은 좀 다르다. 경찰과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으로, 대통령실에서는 이 절차가 끝나는 것을 기다려 봐야지 합법적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또 "그 다음 부족하다고 판단되거나 좀 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면 민간위원회 구성이나 특검을 한다든지 입법부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면 그때 가서 볼 노릇"이라며 "대통령께서 이걸 받아들이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거고 더 나아가서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까지 지금 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홍 수석은 "문재인 정부 때 군사법원법이 개정돼 군내 사고를 군인이 직접 수사하다 보니까 믿지를 못하겠다고 해서 경찰로 넘겨 경찰이 수사하도록 하자는 것이 법 취지"라며 "그것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 박정훈 대령이다. 이것도 조사하면 수사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검찰 못 믿겠다 해서 공수처 만들지 않았나. 민주당의 그 당시로 돌아가서 보면 공수처도 없애야 된다. 못 믿겠다 아니냐"며 "법은 그렇게 만들어놓고 대통령 보고 지키라고 하면 대통령은 법을 지켜야지 그렇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법을 초월해서 여야 합의도 없는 부분에 대해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덜커덕 받아들일 순 없는 거다. 가슴이 따뜻하고 안 따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만약 윤 대통령의 10번째 거부권 행사라면 부담되지 않겠느냐' 질문에 "21대 국회가 여소야대다 보니 민주당에서 다소 정치 쟁점화할 수 있는 것들을 거부권 행사를 할 수밖에 없게끔 밀어붙인 것도 분명히 있다"며 "건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또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야당의 강행 처리로 향후 영수회담은 기약하기 힘들 것으로 보느냐' 질문엔 "대통령의 참모로서 대통령의 뜻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묵묵하게 기존 소통하고 신뢰 구축하고 협치하자, 그것을 지금 아직까지는 견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