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 낙하한 미사일 분석, 75%가 미국산 부품
북한, 외국산 부품 불법 조달해 신속하게 무기 제조
러시아가 대북 제재 위반해도 괜찮다는 사례 보여줘
◆…지난 1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산 미사일. 사진=로이터통신
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조선일보에 따르면 영국 싱크탱크 분쟁무기연구소(CAR)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패널이 지난 1월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에 낙하한 미사일 잔해를 수거해 부품 290개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기 부품 중 75%가 미국산이었으며 심지어 2023년 3월에 제조된 미국산 반도체 칩도 확인됐다. 이외에 중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싱가포르, 스위스, 타이완 회사가 만든 부품도 포함됐다.
BBC는 북한이 외국산 핵심 무기 부품을 불법적으로 조달해 미사일을 조립한 후 수 개월 만에 러시아로 운송해 전장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에 전문가들도 놀라고 있다고 진단했다.
데미안 스플리터스 CAR 조사관은 "거의 20년 동안 심각한 대북 제재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을 신속한 속도로 공급받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북한 전문가인 조지프 번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전장에 배치된 사실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유럽 땅에서 사람들을 죽이는 데 사용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구매 네트워크는 더 튼튼해졌고 서방 조사관들이 아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며 북한이 무기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을 불법구매하는 능력에 놀라움을 표했다.
◆…CAR은 북한산 미사일 잔해를 수거해 부품 290개를 분석했다. 사진=영국 싱크탱크 분쟁무기연구소(CAR) X 캡처
이와 관련해 스플리터스 CAR 조사관은 컴퓨터칩 제조사와 정보를 공유하면 북한의 공급망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그는 "이제 북한이 외국 기술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게 됐다"면서 "이미 한 불법 네트워크가 북한에 판매하기 전에 이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미들버리국제문제연구소의 북한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는 "북한이 무기를 대량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국가에 팔기를 원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위반해도 괜찮다는 사례를 보여줘 북한 미사일을 구매하길 원하는 국가들은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국제 사회가) 북한이 미사일 제조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면서 "막대한 수입원인데 김정은이 미사일 판매를 포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