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년연장하되 기준액 1000만원으로 하향"
정치권, "현행대로 3∼5년 연장해야"
2000만원 이하 농·수협 예탁금 비과세제도를 놓고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와 정치권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로는 정부의 승산(勝算)은 그다지 높지 않은 형편이다.
정치권은 한미FTA 등 농·어민 경제가 처한 현실에 대한 배려를 이유로 연장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결과적으로 내년 대선 등을 앞두고 표심(票心)을 잡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9일 열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조세법안심사소위에서 정부가 제출한 농·수협 예탁금 비과세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정치권은 반발의 움직임을 보이는 등 현행 수준의 유지를 강하게 정부측에 요구했다.
통상 정부가 마련해 오는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지기 마련인 여당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에 반하는 입장을 보였다.
재경부는 지난 8월 내년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비과세·감면 정비'원칙에 따라 올해 말로 종료될 예정인 2000만원 이하 농·수협 예탁금 비과세 제도를 3년 연장하는 대신 혜택의 기준을 현행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키로 했다.
현재 재경위에는 이 같은 내용의 정부안은 물론 기준금액 조정없이 제도적용기간을 3∼5년간 각각 연장적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여·야 의원 대표발의(한나라당 엄호성,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 등)형태로 제출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 날 조세소위에 참석한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한미 FTA등 농어촌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이를 축소해서는 안된다"며 "일몰기한만을 연장하는 내용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정부의 입장은 지난 2003년 정기국회시 정치권이 결정한 일정(2006년까지 연장, 이후 일몰 폐지)을 감안한 것"이라며 "가입자의 대부분이 도시민 등으로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 등 서민지원제도 취지가 퇴색됐다"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정부의 해명에 대해 "(정부안대로 할 경우)지역토착금융이 무너져 어려움이 가중될 수도 있으며 여·야 가릴 것 없이 이 문제에 대한 (연장 필요성)지적이 많았다"며 "(도시민 가입 등의 문제는)정책운영의 문제이지 제도상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세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열린우리당 문석호 의원도 "이 부분은 정부가 정책운영을 잘못한 부분이라고 판단된다"며 "정부가 도시민 가입자 제한 대책 등 운영상 미비점에 대한 보완책을 만들어 보라"고 말했다.
당초 연장여부에 대한 여·야·정 합의를 이끌어 내려던 재경위는 정부의 반발을 감안해 추가적인 논의를 더 해보기로 결정하고 논의를 중단했다.
한편 지난 2004년 12월31일을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농·수협 예탁금의 규모는 총 891만7000계좌, 77조895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간 2100억원에서 3000억원에 달하는 조세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지난 2003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넓은 세원, 낮은 세율'원칙을 제시하며 이 제도의 일몰폐지를 추진했지만 2004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3년 연장으로 무릎을 꿇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