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전문위원 "36조원 세금 편하게 걷겠다는 속셈"
재정경제부가 당초 올해 말 일몰폐지가 예정되어 있던 교통세(휘발유, 경유 등에 부과)를 교통·에너지·환경세로 명칭을 변경해 오는 2009년까지 3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 입법전문위원실이 이 같은 정부 방침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30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김호성 입법전문위원은 정부가 제출한 교통세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검토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지난 2005년 5월 '특별회계·기금정비방안'을 확정해 교통세로 확보되는 교통시설특별회계를 폐지키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연장을 결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정부는 일반회계 재원으로 사업 진행이 가능한 교통시설특별회계 등을 폐지키로 결정하고 이를 보도자료로 만들어 대국민 홍보까지 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1년여만에 태도를 바꿔 산업자원부(에너지 개발 재원), 환경부(환경보전 재원)에 떼어주는 교통세 몫을 늘려 3년간 연장키로 결정한 것. 이에 따라 정부가 대국민 약속을 저버린 꼴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교통세, 교통시설특별회계란?=교통세란 휘발유와 경유 등 자동차 연료 등에 과세되는 목적세로 사실상 특별소비세에 속한다. 지난 1994년 교통시설 확보 목적으로 10년 한시로 도입됐다. 당초 지난 2003년 일몰 폐지될 예정이었지만 건교부 등의 반발로 3년 연장됐다.
지난해까지 총 88조7310억원의 세수가 교통세 명목으로 징수됐으며 2003년 이후에는 연간 세수 10조원을 돌파했다. 내년도 세입예산은 무려 11조4240억원이다.
교통세액은 전액 특별회계로 전입돼 일반회계와 달리 특정한 분야에 대한 투자재원으로 사용된다. 교통세입 중 85.8%는 교통시설특별회계에 전입, 도로·철도·항만 등 교통시설에 투자되고 나머지 14.2%는 균형발전특별회계에 전입되어 사용되어 왔다(2005년 폐지).
재경위 자료에 따르면 그 동안 확보한 88조7310억원의 교통세수 중 82조8259억원이 교통시설특별회계로 편입돼 SOC시설 투자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세는 그 동안 과도한 세입과 운영의 투명성 부족으로 인해(목적세의 특성) 폐지해 일반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SOC건설 분야의 혈세낭비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는 점도 폐지주장의 논거를 제공해 왔다.
□ 간판만 갈아치운 교통세 존치 "36조원 세금 편하게 걷겠다는 것"=김호성 전문위원은 정부의 교통세 연장방침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교통시설특별회계에 82조8259억원을 지출했지만 그 효과분석이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재경위에 따르면 교통세 시한 연장으로 인해 오는 2009년까지 추가적으로 36조1000억원의 교통세수가 창출될 것으로 추정됐다. 결과적으로 100조원을 훌쩍 넘는 재원이 제대로 된 효과분석 없이 맹목적으로 일정 분야에만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 전문위원은 "국가전체 재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목적세는 칸막이식 재정운용으로 예산운영의 경직성을 초래한다"며 "한정된 재원을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에 맞게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문위원은 이어 "정부는 지난 2005년 '특별회계·기금 정비방안'을 발표, 교통시설특별회계를 폐지키로 했다"며 "정부 스스로도 교특회계의 존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그 재원인 교통세도 존속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교통세 시한 연장은 (SOC예산 등)집행재원 조달의 편이성을 우선한 결정이라는 것이 김 전문위원의 지적이다. 즉 교통세가 막대한 세수를 창출하면서도 징수편이가 용이하다것이 교통세 연장의 근본적 이유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전문위원은 또 "부담금 재원으로 하는 에너지회계와 환경회계에 교통세 수입의 3%와 15%를 배분해 각각 특별회계법으로 개정하려는 것은 교통세를 영구세화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국가재정 효율적 운용을 위해 '국가재정법'을 제정한 입법정책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