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자료 삭제’ 산업부 전 공무원들 무죄 확정

월성 원전 폐쇄 자료 삭제해 감사 방해 혐의
1심 집행유예→2심 무죄
대법 “항소심 판단 잘못 없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자료를 삭제해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9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이날 감사원법 위반·공용전자기록 등 손상·방실침입 혐의로 기소된 전직 A국장과 B과장, C서기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공용전자기록등손상죄, 감사원법 위반죄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월성 원전 폐쇄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2019년 11월 감사원 감사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하자 B씨와 C씨에게 월성 원전 1호기와 관련한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지시를 받은 C씨는 같은 해 12월 1일 자신이 사용했던 컴퓨터에 남아 있는 산업부 내부 보고 자료와 청와대 보고 자료 등 총 530개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결정이 타당한지 감사하고 있었다.

고의로 감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세 사람은 1심에서 감사원법 위반·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가 인정돼 모두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자료는 담당 공무원이 개별적으로 보관한 내용으로 공용전자기록 손상죄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공공기록물에 해당하는 중요 문서는 문서관리 등록 시스템에 등록돼 있고 상당수 파일은 다른 공무원의 컴퓨터에도 저장돼 있기 때문에 손상죄 객체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또 감사원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는 "법령에서 정한 절차에 따른 감사 활동으로 보기 어렵고, 디지털 포렌식 또한 적법하게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인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이날 상고를 기각했다. 세 사람은 1심 선고 이후 지난해 6월 해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