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삼성생명맨으로 대표이사 후계 이어...조직안정성+혁신 추진
한화생명 등 경쟁사 '제판분리' 움직임에 자극 받아...GA 외형 넓힐 듯
생보사 본연 영업 확대 뿐 아니라 '자산운용' 등 미래 수익원 확대 전략 수행
◆…전영묵 전 대표이사(사진 오른쪽)과 홍원학 대표이사［삼성생명 제공］
홍원학 사장은 삼성생명 인사팀장, 전략영업본부장, FC영업1본부장을 거치며 사업 추진력을 인정 받았다. 삼성화재 대표이사 부임 후에는 안정적 사업 관리를 통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전영묵 사장 바통을 이어받아 약 3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홍원학 사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삼성생명은 홍 사장이 생·손보에 걸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채널 변화에 선제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을 견인하는 한편, 고객 신뢰 구축과 사회와의 상생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했다.
홍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모든 개념과 관점의 외연을 확장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금융과 제조, 기술과 서비스까지 서로 다른 전 영역을 '연결'해야만 하는 시대에 와 있다고 진단한 뒤, "사고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영역과의 연결 노력을 지속한다면 삼성생명은 생명보험을 넘어 생활금융 전반을 리딩(선도)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사업의 판 확장'을 강조했다.
지난해 보험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전반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냈지만, 업황 자체가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에 변화를 통한 사업 재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홍 사장은 상황 타개를 위해 '사업의 판 확장'을 강조한 것이다.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경기침체 장기화뿐만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 급변하는 신기술, 그리고 업권 간·이종 업권 간의 성역 없는 경쟁도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개념과 관점의 외연을 확장해 서로 다른 전 영역을 연결해야만 하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생보업계 본연의 기능인 '영업채널 확대'나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자산운용'을 미래 성장 먹거리로 제시했다. 신년사를 통해 삼성생명의 미래 성장의 핵심은 자산운용임도 밝혔다.
그는 "자산운용은 운용자회사뿐 아니라 금융 관계사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운용사 지분 투자의 질과 양, 그리고 속도를 높여 종합자산운용 체계를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사장이 향후 전략 주안점으로 자산운용을 강조함에 따라 앞서 전-박 라인이 추진하고 있던 미래 먹거리로서의 자산운용 비전 추진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대형 GA 설립 및 M&A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 과제도
◆…국내 생명보험사 '빅 3' 사옥 전경［각사 사진 합성］
현재 생보업계는 판매자회사 성격의 GA 설립과 대형 독립보험법인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현재 한화생명이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한화생명의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금서)는 영업조직 규모, 매출 부문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자회사형 GA뿐만 아니라 전통 GA를 포함해 현재 2만명이 넘는 설계사를 보유하며 업계 통틀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종전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던 지에이(GA)코리아 보다 '더블스코어'의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금서보다 2개월 앞서 제판분리에 나선 미래에셋금융서비스(이하 미금서)는 한금서 매출의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금서의 소속설계사 수는 약 3,500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화생명 자회사로 분류되고 있는 한화라이프랩도 올해 자본금 증자를 통해 중소형 GA를 인수해 설계사 수 3000명, 월 매출 1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말 기준 이 회사의 영업조직 규모는 2000명 수준이다.
GA업계 관계자는 "자회사형 GA의 매출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고 미래에셋금융서비스, 신한금융플러스, 한화라이프랩이 중위권 싸움을 전개하는 1강 3중 구도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하반기 영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량 GA 인수 또는 지분투자, 제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위권인 GA 조직 확대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과거 생보사들이 주력으로 판매하던 저축성·변액보험 상품들이 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또한 저출산과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기존 상품 수요가 대폭 줄어들면서 보장성 상품이 부상하면서 전속설계사 이탈로 이어졌다. 이후 이들이 대거 GA로 이동하면서 업계 영업판도가 GA로 기우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국내 22개 생보사 전속설계사 수는 5만9773명으로 전년 6만6662명 대비 6889명(10.3%) 줄었다. 이는 지난 2021년부터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앞서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GA 인수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인수를 추진해왔으며, 한국보험금융 산하의 CS라이프 조직 일부 인수와 지금융코리아 등 다수의 대형 GA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 등 공격적인 영업 조직 확대에 삼성생명도 보조를 맞추려는 행보로 읽힌다.
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이 GA 채널 강화 움직임을 보이자 생보업계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생보업계 화두는 단연 제판분리였다. 2021년 3월 제판분리 신호탄을 쏘아 올린 미래에셋생명에 이어 한화생명이 1만9000여명 규모의 전속설계사를 이동시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시켰다.
올해도 제판분리 대열에 합류하고자 GA 채널 강화에 나서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제판분리의 경우 아직 과도기적인 시점인 만큼 제판분리 과정에서 겪는 인적자원(HR) 통합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 현시점에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한화생명의 GA 자회사 한금서의 가파른 성장세에 1위 주자 삼성생명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보험명가' 삼성생명은 그동안 생명보험 업계 최대 규모의 전속설계사 채널을 유지해왔다. 삼성생명은 전체 생보사 전속설계사의 40%가 넘는 규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문제는 한화생명의 제판분리는 영업조직 몸집만 키운 게 아니라 신계약매출까지 삼성생명을 넘어설 기세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과거 자사 전속설계사의 반발 등을 의식해 제판분리를 포기했지만 이제는 제판분리를 통한 자회사 GA 출범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관측이다.
다만 삼성생명은 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업조직 강화를 위해 GA 인수 또는 지분 투자 및 제휴 등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초대형 GA를 인수해도 전속설계사로는 흡수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채널이 급격히 비전속화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생명의 GA 조직 강화는 기존 조직 경쟁력 강화와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 비대한 전속 영업조직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채널이 급격히 비전속화 되어가고 있는 점에 대한 고민으로 최근 방향성을 잡아가고 있다"라며 "GA와 관련해 타사와 다른 전략을 내세우는 게 맞겠다는 판단이다"라고 밝혔다. 전속과 비전속 채널을 동시에 보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