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이후 물가 급등에 민간소비 ‘뚝’…고령층·저소득층 큰 타격

한은, ‘고물가와 소비: 가계의 소비바스켓과 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인 영향을 중심으로’ 보고서 발표

“물가상승, 가계 실질 구매력 축소시키는 경로와 자산·부채 실질가치 하락시키는 경로 통해 민간소비에 영향”

“21-22년중 실질구매력 축소 등 통해 소비증가율 약 4%p 내외 낮춰”

“가계소비 물가로 인해 위축되는 효과 약화될 것”

2021년 이후 빠르게 상승한 물가는 민간소비를 상당폭 둔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에서 생활필수재의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 및 고령층은 다른 집단에 비해 부정적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27일 '경제전망보고서 Ⅱ. 핵심이슈: 고물가와 소비-가계의 소비바스켓과 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인 영향을 중심으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의하면 2021년 이후 최근까지의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총 12.8%(연율 3.8%)로 2010년대 평균(연평균 1.4%)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특히 2021-2022년중에는 글로벌 공급충격과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수요압력이 중첩되면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됐다.

보고서는 물가상승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축소시키는 경로와 자산·부채의 실질가치를 하락시키는 경로를 통해 민간소비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경로의 영향은 가계의 소비품목 구성(소비바스켓)과 재무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가계의 소비바스켓을 고려한 실효 물가상승률은 식료품 등 필수재 비중이 큰 고령층(2020-2023년중 16%) 및 저소득층(15.5%)에서 여타 가계(청장년층 14.3%, 고소득층 14.2%)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은은 "다만 이들 취약층은 공적이전소득 증가에 힘입어 소비 위축이 완화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가계 금융자산(및 부채)의 실질가치 하락 효과를 살펴보면 고연령층(금융자산)과 전세로 거주하는 30대(전세보증금)에서 부정적 영향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주택담보대출 등을 보유한 가계는 물가상승에 따라 부채의 실질가치가 줄었다는 점에서 이득을 보았다고 할 수 있으나 고물가에 대응한 금리인상으로 이자비용이 늘어 그 효과가 상당부분 상쇄됐다"고 풀이했다.

모형을 통한 정량분석에 따르면 물가상승이 2021-2022년중 실질구매력 축소 등을 통해 소비증가율을 약 4%p 내외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2023년 이후 그 크기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소비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가계별 금융자산‧부채의 실질가치 변동에 따른 효과도 2021-2022년중 소비를 추가로 위축시켰다(1%p 내외)"고 분석했다.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정동재 과장은 "2021년 이후 빠르게 상승한 물가는 민간소비를 상당폭 둔화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물가상승의 영향이 특히 높았던 가계에서는 공적이전소득의 중가,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소득의 증가 등이 물가의 영향을 다소 완화시켰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물가 오름세가 둔화됨에 따라 가계소비가 물가로 인해 위축되는 효과도 약화될 것"이라며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전반적으로 약화시킬 뿐 아니라 취약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부정적인 재분배 효과도 있는 만큼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해나가는 것이 긴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