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전세사기법 거부권.. 피해자들 “버림받은 느낌”

안상미 “피해자들 얘기 듣지 않아.. 이 나라 국민 맞는 건지”

윤석열 대통령이 21대 국회가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전세사기특별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은 "설마 했는데 본회의가 끝나자마자 거부권을 행사하는 발언이 나오는 걸 보면서 솔직히 멘붕"이라고 한탄했다.

안 위원장은 지난 29일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솔직히 버림받은 느낌이다. 세금을 내는 일반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나라에서 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요구하는 것인데"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전세사기특별법 등 5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이튿날 '4·16 세월호 특별법'은 처리하고 나머지 4개 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한 횟수는 기존 10번에서 14번으로 늘었다.

안 위원장은 '사인 간 거래에서 발생한 피해를 정부가 구제한 전례가 없다'는 정부·여당 측의 주장에 대해 "사인 간 거래일 수 없는 게 부동산 제도는 정부가 관할하는 것이 맞고, 피해자들은 모두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막대한 돈이 투입되는 부동산PF 투자는 국민 합의 투표로 합의를 했단 말인가"라며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5천억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재정 낭비가 있는 것처럼 왜곡해 말하는 건 일반 국민들과 피해자를 이간질시키는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230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을 도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안 위원장은 해당 정책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살던 집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하는 대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 안 위원장은 "업무 상의 이유 등으로 지금 거주지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에 있는 분들이 있다. 그 대책은 피해자들과 이야기가 안 돼 나온 단편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그러면서 전세사기피해자들이 정부에게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사안이 '선구제'라면서 "이는 보증금 100%를 돌려받겠다는 게 아니라 한 푼도 못 받고 집을 쫓겨나는 사람들을 도와달라는 뜻"이라며 "전세 사기 문제는 정부 제도 문제로 피해자가 나온 만큼 사회적 재난이다. 정부가 책임을 같이 지는 선에서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전세사기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상당 기간 구제대책의 강화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의 '선구제 후회수' 방안뿐만 아니라 정부의 '공공임대 대안' 역시 법률 개정이 필요한 만큼, 신속 시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