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세계 공공부채 13경원…개도국 빚만 30%"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는 4일(현지시간) 전 세계 공공부채가 급증함에 따라 국제 금융 시스템에 대한 긴급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UNCTAD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 세계 공공부채는 2022년보다 5.7%(5.6조 달러·7천837조원) 증가한 97조 달러(13경3천375조원)라는 역사적 정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국가별 공공부채는 미국이 33조 달러(4경5천375조원)로 가장 많았고, 중국(2경625조원)과 일본(1경4천575조원)이 뒤를 이었다. 이집트와 멕시코, 브라질,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공공부채는 29조 달러(3경9천875조원)에 달했다.

UNCTAD는 2010년과 비교할 때 세계 공공부채액 가운데 개발도상국 부채액의 비율이 16%에서 30%까지 증가한 점을 주목했다.

UNCTAD는 "특히 여러 번의 글로벌 위기로 인한 경제 위축으로 아프리카에서 부채 부담이 가중됐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60%를 넘는 아프리카 국가의 수는 2013년 6개국에서 2023년 27개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 속에 각국의 차입 비용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공공부채액에 대한 이자 규모도 2년 전보다 26% 증가한 8천470억 달러(1천164조6천억원)에 이른다.

금리 상승으로 개도국들은 자금 조달 금리에 있어서도 부자나라들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도국들은 미국보다 2~4배, 독일보다 6~12배 높은 이율로 차입했으며, 2023년에는 이자로 8470억 달러를 지불했는데 이는 2021년보다 26%나 증가한 수치이다.

보고서는 이자 상환액이 교육 및 건강 지출을 합친 것보다 많은 국가에 거주하는 개인은 33억 명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에서는 1인당 평균 이자 상환액(70달러)이 교육 지출(60달러)과 의료 지출 비용(39달러)을 넘어섰다.

보고서는 지구 평균 기온이 1.5°C 온난화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후 위기에도 개도국은 GDP의 더 많은 부분을 기후 계획(2.1%)보다 이자 상환(2.4%)에 쓰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현재의 부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개편하고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에 따른 경기부양책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 거버넌스에 개발도상국의 참여를 높이는 방안, 위기 상황에서 더 많은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해 비상 금융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고 UNCTAD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