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아동 이어 뇌전증 교수들, '집단휴진' 불참…"환자들 두려움에 떨어"

뇌전증 환자, 약물 중단하면 사망률 50~100배 높아져

환자들 겁주고 위기에 빠트리는 행동 삼가야

차라리 삭발·단식 과거 민주화 투쟁처럼 스스로 희생

2026년 의대 정원 재조정에 초점 맞춰야

임현택 의협 회장, 불참 아동병원협회 비판

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에 이어 뇌전증 전문 교수들이 오는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휴진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대학병원들의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전국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위원장 홍승봉)'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뇌전증은 치료 중단 시 신체 손상과 사망의 위험이 수십 배 높아지는 뇌질환으로 약물 투여 중단은 절대로 해선 안된다"며 "협의체 차원에서 의협의 단체 휴진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협의체는 "의협의 단체 휴진 발표로 많은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이 혹시 처방전을 받지 못할까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갑자기 약물을 중단하면 사망률이 일반인의 50~100배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뇌전증에 대한 지식이 없고 치료하지 않는 의사들은 처방하기 어려우며 일반약국에서 대부분 (약물을) 구할 수도 없다"며 "항뇌전증약의 일정한 혈중 농도를 항상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단 한번 약을 먹지 않아도 심각한 경련이 발생하여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협의체는 의협 등의 집단행동에 대해 "환자들의 질병과 아픈 마음을 돌보아야 하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겁주고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 "잘못이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지 말고,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을 하면서 과거 민주화 투쟁과 같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사직 후 115일 동안 수많은 중증 환자들과 가족들이 극심한 고통과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의대생과 전공의는 빨리 돌아오고 의사단체들은 과학적인 근거 수집과 분석으로 정부에 대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먼저 아픈 환자들을 살리고 전 세계 정보 수집, 전문가 토론회 및 과학적 분석을 통해 2026년 의대 정원을 재조정하는데 초점을 맞춰야지 그렇지 않으면 전 국민의 공분을 피할 수 없고, 나아가 전 세계 의료인과 주민들의 비난을 받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의협은 오는 18일 하루 전면 휴진의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 교수 단체가 잇따라 동참 의사를 밝힌 반면 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진료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용재 아동병원협회장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의협의 휴진 투쟁에 공감하지만, 각자 처한 상황이 있다 보니 환자를 두고 떠나기는 어렵다"며 "아동병원의 상황이 워낙 좋지 않은 데다 하루만 안 봐도 위험한 중증 환자도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집단 휴진에 불참하는 입장이 나오자 임현택 의협 회장은 불편한 기색을 표출했다. 임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회장의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며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폐렴끼'란 병을 만든 사람들이다. 멀쩡한 애를 입원시키면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