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尹-김진표 이태원 참사 대화 메모장에 남아있어…직접 해명해야"

"배후설 혐의, 참사 발생 후 특수본서 무혐의 결론…유력한 사실로 믿었던 모양"

"국정 운영이 합리적 이성과 판단 아니라 극우 유튜버 음모론? 충격적"

민주 "음모론 신봉하는 대통령 처음…발언 진위 분명하게 밝혀야"

조국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공감능력 없는 자가 대통령"

대통령실 "독대 요청해 나눴던 얘기 멋대로 왜곡해 세상에 알리는 것 개탄스러운 일"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관련 대화를 생생히 전해 들어 지금도 메모장에 그대로 남아있다며 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용산 대통령실은 즉각 강력히 부인했는데, 과연 윤 대통령은 정말로 그런 언급을 전혀 한 적이 없어서 국민 앞에 당당하냐"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의원은 "당시 원내1당의 원내대표로서 수시로 국회의장을 만나왔다. 윤 대통령을 어떤 식으로건 설득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사퇴시키려고 했던 김 전 의장의 노력을 익히 알고 있다"며 "저와 자주 만나거나 통화하던 김 전 의장은 그 전부터 윤 대통령과 나눴던 대화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공유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된 이태원 참사에 관한 대통령의 매우 잘못된 인식을 드러낸 대화도 저는 생생히 전해들어서 지금도 메모장에 그대로 남아있다"며 "2022년 12월 5일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두 분이 함께 참석한 후 오전 9시 15분경부터 30~35분 가량 따로 만나서 나눴다는 내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의 언급을 김 전 의장으로부터 전해 들어 메모한대로 옮기면, '동남아 식당이 조금 있는 이태원은 먹거리나 술집도 별로 없고 볼거리도 많지 않은데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좌파언론들이 사고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우발적 발생이 아닌 특정 세력이나 인사에 의한 범죄성 사건의 가능성을 의심으로 갖고 있다, 사건의 의혹을 먼저 규명하지 않고 이 장관을 사퇴시키면 혹시 나중에 범죄 사실이 확인될 경우 좌파 주장에 말리는 꼴이니 정부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도 수사가 끝난 후에 지게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점은, 한복을 입고 바닥에 오일을 뿌렸다는 '각시탈'과 '밀어'라고 외쳤다는 '토끼머리띠 남성들', 정권 퇴진 행진 후 집결한 '민주노총 시위대'의 배후설 혐의는 10월 29일 참사 발생 후 각각 11월 7일과 11월 9일에 특수본에서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김 전 의장을 만난 12월 5일까지도 이를 유력한 사실로 믿었던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상민 장관을 끝까지 해임하지 않은 것을 보면, 아마 지금도 극우 유튜버들의 음모론을 사실로 믿고 있지 않을까 싶다"며 "국정 운영이 합리적인 이성과 판단이 아니라 극우 유튜버의 음모론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야권에서는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의무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음모론을 신봉하는 대통령은 처음 본다"며 "발언의 진위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작가능성 있다고?"라며 "도저히 이해도 용납도 할 수 없다.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공감능력이 없는 자가 대통령이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27일 공개된 김진표 전 의장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 지난 2022년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해 윤 대통령이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 전 의장은 그해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과 독대했는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와 관련해 "좀 더 일찍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게 옳다"는 조언을 건네자, 윤 대통령이 "말은 다 맞으나 이태원 참사에 관해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에게 그 이유를 묻자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럴 경우 이상민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라고 답했다고 했다. 그는 "극우 유튜버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반면 대통령실에서는 대변인실 명의 공지를 통해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눴던 얘기를 멋대로 왜곡해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통령은 당시 참사 수습과 예방을 위한 관계 기관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며 "특히 차선 한 개만 개방해도 인도의 인파 압력이 떨어져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데도 차선을 열지 않은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사고 당시 119 신고 내용까지 다 공개하도록 지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이태원특별법'을 과감하게 수용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