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4천개 법인이 9500여억원 낼 듯
업계, "다른 세제혜택보다 종부세 인하 절실"
최근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올해 법인들이 전체 종부세액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국세청이 발표한 종부세 신고실적에 따르면 종부세 과세대상자는 총 34만8000명이며, 이중에서 개인은 33만4000명, 법인은 1만4000개.
당초 국세청은 과세대상자를 35만1000명으로 발표했으나, 세대합산 및 과세유형 등의 오류로 인해 2600여명이 과세대상에서 제외됐다. 또한 이들이 납부할 세금은 총 1조7273억원으로 지난해 6426억원보다 1조1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올해 종부세액 1조7273억원 중 법인이 내야 할 세금은 전체의 55%에 이르는 95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종부세 신고·납부 결과 종부세를 내야 할 개인 납세자가 2600여명 줄어들었기 때문에 올해 총 종부세액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만큼, 전체 종부세수에서 법인이 납부할 세금 비중이 커졌다.
즉 전체 종부세 납세자 중 5%도 되지 않는 1만4000개의 법인이 전체 종부세액의 절반을 넘게 내는 것.
종부세는 정부가 조세부담의 형평성 및 부동산 시장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으나, 종부세액의 절반 이상을 일부 법인들이 부담하고 있어 그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일부 서비스 기업의 경우에는 법인세 납부액의 60% 이상을 종부세로 내고 있는 등 기업 종부세 부담이 법인세보다 더 크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3말에는 정부가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를 2% 인하해주기도 했지만, 종부세를 납부하는 기업들은 그러한 인하혜택을 돌려받지 못하고 오히려 늘어나는 종부세를 더 걱정하고 있다는 것.
최근 정부는 이와 관련해 서비스산업 중 관광·물류 등의 업종에 대한 종부세 과세기준을 현행 4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올리고 세율도 0.6~1.6%에서 0.8%로 조정하는 등 종부세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적용대상이 일부 업종에 한정돼 있고, 공시가격 상승 및 과표적용률 상향조정으로 인해 실질적인 종부세 경감효과는 적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이번에 종부세를 낸 한 기업 관계자는 "업계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인세율 인하나 임시투자세액공제와 같은 세제혜택도 좋지만 종부세에 대한 기업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실질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종부세를 내기 위해 몇 배의 매출을 더 올려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수익을 어떻게 내야 할 지 고민"이라며 "종부세 내다가 이익도 내지 못하면 결국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하지 않느냐"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