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의 중심상업지구(CBD) <사진 로이터>
호주에서 노동자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이 26일(현지시간)부터 시행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법 시행 이후에도 고용주는 근로자에게 연락할 수 있지만, 그 거부가 부당하지 않은 경우 근로자들은 근무 시간 외에 고용주나 고객 등 제3자의 연락에 응답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를 위반한 직원은 최대 1만9000호주달러(약 1700만원), 기업에 대해서는 최대 9만4000달러(약 8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노동자가 연락을 거부하는 것이 부당한 경우는 예외로 사내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은 호주 산업 심판관인 공정 노동 위원회(FWC)가 결정해야 하며, 이 때 위원회는 해당 직원의 역할과 책임 수준, 직원의 상황, 연락 이유, 연락 방법, 방해되는 정도, 추가 수당 지급 여부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고용주와 직원이 사내에서 분쟁 해결을 위한 노력을 먼저 하고, 사안이 심각해지면 FWC가 개입할 수 있다.
가디언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업무와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당시 사람들은 노트북, 스마트폰 및 기타 전자 기기를 활용해 집에서 재택근무를 했었다"며 "업무 시간과 개인 시간에 대한 경계와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근로자들에게 강제적으로 이 같은 권리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호주 노사관계부는 "이 권리는 직원이 언제 휴식을 취할 수 있는지, 근무를 하지 않거나 급여를 받지 않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 통신은 호주연구소 미래연구센터(The Centre for Future Work at the Australia Institute)의 연구 조사를 인용, "호주인은 2023년 평균 281시간 무급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노동의 금전적 가치는 1300억호주달러(약 116조7452억원)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또한 유사한 법률이 이미 프랑스, 독일 및 유럽 연합과 라틴 아메리카 등의 20여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해충 방제 기업 렌토킬(Rentokil Initial)은 비상 시 휴대전화를 계속 켜두도록 요구해 직원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 이유로 프랑스 법원으로부터 6만 유로(약 89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의 레이첼 포터 박사는 해당 법률의 실효성과 관련해 "직원들이 이 권리를 편안하게 누리려면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자가 이메일을 보내는 경우 거절하기 정말 어렵다. 응답할 의무감을 느낀다"며 "'인지적 자원'을 보충할 기회가 없다면 직원들은 과각성 상태에 빠지고 높은 불안감과 번아웃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들 스스로 경계를 설정하고 퇴근 후 알림을 끄고 전환할 시간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