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證, 13일 전략보고서 통해 韓주식시장 언더퍼폼의 원인 진단
"삼전·SK하이닉스 주가 상승 못하면, 코스피 지수 상승세도 제한될 수밖에"
한은의 정책 여력 제한-수출 증가세 둔화-원화 강세 등도 주식시장 부진 원인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28포인트(0.01%) 내린 2,571.81으로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글로벌 주식시장과 비교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식시장의 상승폭이 제한(부진)되고 있는 원인은 ▲한국은행의 제한적인 정책 여력 ▲수출 모멘텀 둔화 ▲한국 대형 반도체 기업의 주가 부진 ▲낮아지는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 중 특히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기업(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의 주가 부진이 핵심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의존성이 지나치게 커 반도체 업황 변화에 따라 코스피 시장이 흔들린다는 의미다.
13일 NH투자증권 김영환 연구원은 전략인사이드 보고서를 통해 "한국 주식시장은 반도체 업종에 대한 의존성이 높다는 점도 코스피 지수 언더퍼폼의 큰 원인"이라며 이 같이 진단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은 반도체 기업의 비중이 높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 수준으로 가장 크고, SK하이닉스까지 포함할 경우, 시가총액 상위 2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가깝다.
김 연구원은 "시가총액 1,2위 기업의 주가에 대한 의존성이 높기 때문에 코스피 다른 업종 주가가 상승해도 비중이 작아서 주가 지수를 끌어올리기 어렵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상승하지 못하면 코스피 지수의 상승세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료출처=NH투자증권 보고서 캡처］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이 부각되고 있음에도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점도 한국 주식시장 약세의 핵심 배경으로 작용했다. 코스피 지수는 연초 이후 4% 하락했는데, 삼성전자 주가는 같은 기간 17% 하락했다. 결국 삼성전자가 지지부진하면서 코스피 지수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셈이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 약세의 이유 중 하나로 고대역포메모리(HBM) 사업부의 부진이 꼽힌다"며 "연초 이후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HBM3e 납품 소식이 전해졌으나 삼성전자 측이 부인하는 해프닝이 여러 차례 발생하면서 납품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축소됐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글로벌 AI 성장 모멘텀을 누렸던 SK하이닉스의 주가도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한 요인이다.
김 연구원은 "미국 빅테크 기업의 AI 수익화 논란 이후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관련 하드웨어 기업의 주가 모멘텀은 크게 축소된 상황"이라면서 "결국 시가총액 1,2위 기업의 주가 약세가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에 이미 HBM3e를 납품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연초 이후 7월 11일 고점까지 70.3%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동기간 삼성전자의 수익률은 +11.8%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그간 1위를 빠르게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추구해 왔으나, HBM 시장에서는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출처=NH투자증권 보고서 캡처］
이와 함께 김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대체로 주식시장에 호재이지만 지금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는 지연되고 있고, 한국은행의 제한적인 정책 여력은 국내 주식시장 약세의 원인 중 하나로 판단한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결국 한국은행의 정책 여력이 제한되고 있다"면서 "유동성 공급 및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이 시행되지 못하고 있어 국내 주식이 상승 모멘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올해 4분기부터 수출 증가율 추세가 다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긍정적 효과를 주기 어렵다는 점을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와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경제 지표는 단연 한국 수출 지표"라며 "그동안 한국 수출액 증가 추세를 견인한 품목은 반도체였는데, 반도체 수출 모멘텀이 조금씩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구간에서 한국 코스피 지수가 수출 지표에 선행하여 하락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올해 약세를 보이던 원화가 하반기 들어 강세를 띠고 있는 점도 국내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수출 기업의 실적 기대감을 축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의 1,2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에는 원화 약세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원화가 급작스럽게 강세로 전환되었고, 이에 원화 약세로 인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던 수출 기업 실적이 하반기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확률은 낮아지고 있다"며 "게다가 코스피 지수가 과거 3개 분기 연속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경우가 없었다는 점도 실적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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