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기업 외국자회사 익금불산입 30조원.. 법인세 7.2조 줄어

올해 법인세를 신고한 수입금액 상위 10대 기업의 외국 자회사 수입배당금액 익금불산입액이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율을 단순적용하면 상위 10대 기업은 약 7조2000억원 가량의 세수를 절감한 셈이다.

이에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제도가 조세회피와 국내 산업 체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입금액 상위 100대 기업의 외국 자회사 수입배당금액의 총 익금불산입액은 43조22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금불산입은 기업회계로 보면 수익이지만, 세법상으로는 소득금액에서 빼주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업이 해외 자회사에서 배당받은 수익이 세법상 소득에 반영되지 않아 법인세가 줄어들게 된다.

특히, 상위 10대 기업의 익금불산입액은 30조1026억원으로 집계돼, 100대 기업의 익금불산입액의 70%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기업의 익금불산입액에 법인세율을 단순 적용하면, 이들 기업은 법인세를 7조2000억원가량 절감한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배당금 수입(국내외 포함)이 29조4000억원으로 전년 3조5000억원 대비 8.3배 늘었고, 현대자동차는 3조5000억원으로 전년 1조5000억원 대비 2.3배 늘어났다.

차 의원은 "수입금액 최상위 기업 중에서도 아주 극소수의 대기업이 혜택을 독차지한 것"이라며 "대규모 세수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극소수 대기업을 위해 천문학적인 세금을 줄여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익금불산입 제도는 해외 자회사가 이미 소재 국가에 법인세를 낸 만큼, 이중과세를 조정한다는 의미가 있고 해외 유보소득을 국내로 들여와 대외수지를 개선한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직접투자배당수입은 2020년 130억달러에서 2023년 346억달러로 증가했으며, 그 결과 지난해 국제수지는 전년 대비 수출이 492억7000만달러 줄었지만 배당소득은 122억1000만달러가 늘어 경상수지 흑자에 이바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규근 의원은 "그러나 단순히 국제수지가 개선됐다고 바람직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이러한 구조가 굳어지면 우리 기업들은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세금 없이 국내로 들여오게 돼 정작 국내 산업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3월 경제단체들은 현재 95%로 하는 익금불산입률은 100%까지 높여달라는 내용의 세법개정건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차 의원은 "이미 상당한 세부담 혜택을 누리고도 전 국가적인 세수 부족 상황에서 그나마 작은 혜택까지 모두 누리고야 말겠다는 것"이라며 "제도의 긍정적인 효과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만큼, 익금불산입률을 상향하는 것보다 미국의 의무송환세처럼 조세회피를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