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은 정치의 해다. 대선이 눈 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세제는 사라졌다. 적어도 4일 정부가 발표한 2007년 경제운용방향에서는 말이다.
2007년 경제운용방향에 나타난 정부의 조세정책 기조도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정치적 민감도가 높은 시점임을 감안해서인지 무원칙에 입각한 '퍼주기식' 세제가 아닌 '지키는'세제운용으로 기조가 변화된 모습이 역력하다.
선두에 나선 것은 자영업자 세원투명성 확보의 지속적인 추진. 세부담 정상화의 이면에는 사회에 만연한 '탈세'를 뿌리뽑겠다는 큰 그림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국세감면비율 한도제가 도입, 그동안의 무분별한 '세금깎아주기' 관행을 막는 장치가 설정됐다. 아울러 (잘 지켜지지 않는 측면이 강하지만)올해 일몰 예정인 비과세·감면제도 정비계획도 담아 냈다.
참여정부는 이미 황혼에 접어들었다. 변화의 파고는 이미 예정되어 있다. 변화를 감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의 위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지키는 세제가 트랜드다.
□ 무분별한 세금누수, '막는다'=정부는 올해 말 일몰예정인 십여개 비과세·감면제도 중 국제기준과 부합하지 않거나 감면목적이 달성돼 지원 타당성이 낮아진 제도를 정비할 방침.
정부는 이와 연계, '국세감면비율 한도제'를 도입 운영키로 했다. 이 제도는 조세감면비율을 일정률로 묶어 재원조달방안 없는 감면 신설과 급격한 비과세·감면액 증가를 제도적으로 차단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비과세·감면제도와 관련한 현안을 단골손님처럼 들먹이는 것은 연간 20조원이 넘는 조세감면 중 일정부분 선심성 '누수'가 있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나 다름없다. 자성(自省)하겠다는 정부를 방해하는 것은 '정치' 뿐이다.
정치는 불필요한 조세감면을 걸러내겠다는 정부의 자성과 노력에 훼방꾼처럼 작용해왔던 것이 사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대권을 노리는 각 진영의 세금감면 공약이 남발될 가능성도 높다.
즉, 조세감면을 현재 수준으로 묶어놓지 않으면(아니면 줄이거나) 조세감면의 몸집은 정치를 먹고 불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악의 경우 대한민국 세제가 '누더기' 수준을 벗는데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 자영업자 소득파악 '박차'-탈세 통로 '막는다'=정부가 고소득 자영업자와의 2차 회전(會戰)을 선언하고 나섰다. 수 십년을 골치덩이로 남아 있던 문제를 이제부터라도 없애 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아 냈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고소득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자영업자 소득파악율 제고를 위한 정책드라이브를 계속할 방침. 지난해 마련, 대부분 입법화가 종료돼 시행을 앞두고 있는 '1단계 세원투명성 제고방안'에 담긴 정책이 시스템화되도록 사후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업종별로 실태분석을 실시, 하반기에는 업종별 세원투명성 확보방안을 담은 '2단계 세원투명성 제고방안'을 마련해 연내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드라이브를 통해 전체 436만 사업자 중 50∼60%수준에 불과한 소득파악률을 10년 후인 2017년 80%까지 끌어올리고, 현재 전체사업자의 53%수준인 과세자비율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 '선심성' 최소화한 세제지원, 세금누수 '막는다'=매년 기업투자 활성화와 서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쏟아져 나왔던 세제지원대책들이 올해 경제운용방향에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제운용의 기조가 '지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결정적 근거인 셈.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난해 말 서비스업 경쟁력강화방안 등 굵직한 경제정책들을 내놓으면서 '꺼리'를 소진, 더 이상 쥐어 짜낼 것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경제운용방향 중 세제지원대책은 지난해 일몰이 예정이었던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1년간 연장하는 방안과 음식업자에 대한 의제매입세액공제제도를 오는 2008년까지 2년간 일몰을 연장하는 방안 정도가 꼽힌다.
이와 함께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에 대한 주택자금공제 범위를 확대하고 농지 대토시 양도소득세를 감면받기 위한 대체농지 취득허용기간 연장(1년→2년)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가 세제지원대책으로 내놓은 방안 중 장애인이 승용차 구입시 특소세를 면제받은 후 사망한 경우 유족에 대해 특별소비세를 추징하던 규정을 폐지하는 방안은 '지원'이라기보다는 '정상화'에 가까운 대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