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임원 승진자에 돈 ‘펑펑’...5년간 110억원 달해

5년간 51개 조합 56명에게 110억원 명예퇴직금 지급

‘20년 금감원 개선 권고 후에도 미개선 지역조합 611곳 중 177곳

신장식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돈 지급, 신협 조합원들이 맡긴 돈이 누수된 꼴”

신협(신용협동조합)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고위직 직원에게 퇴직금을 더해 명예퇴직금까지 챙겨준 규모가 최근 5년간 1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신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51개 조합에서 56명에게 지급하지 않아도 됐을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예퇴직금 총 금액은 110억원1700만원이다.

지난 2020년 금융감독원은 신협중앙회의 정기검사를 통해 신협 조합의 고위직 직원이 동일 조합에 상임이사장이나 상임감사 등 임원으로 선출되기 위해 퇴직하는 경우 법정퇴직금 뿐만 아니라 명예퇴직금까지 줄 수 있는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금감원은 동일 조합에 상임임원으로 선임되는 경우 근로계약이 사실상 연장되는 것으로 봐야하며, 정년 전 근로계약 종료한 자에 대한 잔여기간 보상을 위해 운영되는 명예퇴직금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관련 규정인 '직원 퇴직급여 및 재해보상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 전국 866곳 신협조합 중 611곳이 추가퇴직금 제도를 운영 중이었고 금감원과 신협중앙회의 권고에 따라 관련 규정을 개정한 곳은 434곳(71%)이었다. 여전히 177개(29%)의 지역조합은 관련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 의원은 실제 내부 승진에도 명예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지역조합은 관련 규정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데도 명예퇴직금을 지급하는 곳을 포함하면 실제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정이 개정되지 않으면서 올해만 보더라도 광주문화신협 4억9천만원, 안산중앙신협 3억9천만원 등 12명에게 20억원의 명예퇴직금이 지급됐고, 서울 한 신협에서는 20년 넘게 근무하던 전무가 퇴직 후 상임이사로 선임되면서 퇴직금과 별도로 명예퇴직금 2억원을 추가로 달라고 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이런 지적이 계속되자 신협중앙회는 퇴직 후 1년 이내에 해당 조합의 상임임원으로 선출될 경우 명퇴수당을 지급할 수 없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왔다고 신 의원은 설명했다.
신 의원은 이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지급하지 않아야 할 돈을 지급했다는 것은 신협 조합원들이 맡긴 돈이 누수가 됐다는 거다"라면서 "금감원은 뭘 한 건지 신협중앙회는 왜 이렇게 느슨하게 대응했는지..."라고 금융당국과 신협 중앙회를 싸잡아 꼬집었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신협 지역단위조합의 도덕적 해이와 신협중앙회의 무책임이 만든 결과"라며 "신협은 일부 고위직 직원의 승진만을 위한 명예퇴직금 중복 지급을 당장 중단하고 관련 규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앞서 지난 11일 신협중앙회의 건전성·유동성 위기 대응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신용협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실시했다.

일시적인 유동성 확보를 위한 한국은행과 만기 91일 이내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는 금융위의 승인 대상에서 제외하고, 여타 상호금융기관과 같이 예금자보호기금이 목표적립액 상한액을 달성했더라도 필요시 예금자보호기금을 추가로 적립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 신협중앙회는 자금 차입시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일시적인 유동성 공급을 위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승인을 면제하고 있다.

신협중앙회는 1973년 제정된 신용협동조합법에 의해 세워졌다.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서민과 중산층, 영세 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금융 활동을 하는 비영리 법인이다. 지난 1964년 사단법인 한국신용협동조합 연합회 설립 이후 1972년 신용협동조합법 제정, 이듬해인 1973년 신협중앙회가 특수법인으로 설립됐다.

1986년 자산 1조원을 넘어선 신협중앙회는 1994년 자산 10조원, 1998년 자산 20조원을 돌파했고, 2001년 금융결제원 가입 및 2010년 총 자산 40조원을 돌파한 뒤, 2022년 기준 총자산은 143조에 달한다.

전국에 870개 지역신협이 존재하며 이용자 수는 1597만명(조합원 673만명) 정도이며, 총 여신규모(2022년 말 기준)는 약 108조원, 수신은 약 130조원으로 매년 성장 추세다.

주요 사업은 금융, 공제(共濟), 지역개발, 문화후생, 사회복지 등 5개 분야로 나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