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주(58·구속) 삼주산업(옛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을 둘러싼 각종 로비의혹이 금융감독원을 넘어 정치권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서울서부지검은 10일 한광옥(65)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씨에게 사무실 보증금 등의 대납을 요구한 혐의를 잡고 한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 신상식 전 금감원 광주지원장을 구속하는 등 주로 금융 관계기관에 대한 김씨의 로비활동을 파헤쳐왔던 검찰 수사의 칼끝이 이제는 정치권 인사들을 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한 전 실장은 1999년 정계에 복귀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게 사무실을 마련해주기 위해 김씨에게 마포구 도화동 모 빌딩 50평 규모 사무실에 대한 억대의 보증금과 임대료를 대납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11대, 13대, 14대, 15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한 전 실장은 99년 11월부터 2001년 9월까지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임한 김대중 정부의 핵심 인물로 99~2000년 나라종금 퇴출저지 청탁과 함께 1억1천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한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내리지 않았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임검사가 한씨를 소환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며 조만간 한 전 실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의 실세였던 한 전 실장이 이처럼 김씨와 부적절한 청탁과 돈거래를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도마에 오르면서 김씨의 정치권 로비에 대한 검찰 수사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김씨가 정·관계 고위인사와 친분를 다지는 목적으로 조직한 '사랑을 실천하는 형제모임'에는 한 전 실장 외에도 다수의 유력 정치인들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예상된다.
여권 인사인 K씨, 야당 인사인 K·M씨와 구여권의 P씨 등이 형제모임을 통해 김씨와 교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있어 이들에 대해서도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김흥주씨 주변에서 사적 모임을 규합해 공권력의 도움을 받은 부분에 대해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며칠 안에 수사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정치권 의혹에 관한 조기 해소를 다짐했다.
검찰은 또 정계 인사뿐 아니라 '김흥주 로비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리던 이주성 전 국세청장과 이근영 전 금감원장도 9일과 10일 차례로 소환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전반적인 진상 규명에 나섰다.
이 전 청장은 국장 시절이던 2001년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에서 당시 국세청 과장, 술집 업자로 보이는 사람 1명과 함께 술을 마시다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반에 적발되자 김씨를 통해 감찰 무마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원장은 2001년 초 김중회(58.구속) 금감원 부원장에게 김씨를 소개해 김씨의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 작업을 도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일단 이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으나 이들의 진술을 통해 김씨의 로비수법과 고위층 인맥 등을 파헤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