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IFRS17 가이드라인 엇박자... 보험업계 대혼란
예외 허용했으나 4일 만에 원칙모형 선택 강요
보험업계 "본래 원칙 깨지는 상황... 자본 건전성 지표 악화 예상"
◆…4일 오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제4차 보험개혁회의에서 IFRS17 안착을 위한 보험건전성 감독 강화 방안, 보험 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논의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제회계기준(IFRS17) 가이드라인을 두고 엇박자가 발생하면서 보험업계가 대혼란에 빠졌다.
보험상품 회계처리를 두고 실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금감원이 예외를 허용했으나 불과 4일 만에 원칙모형 선택을 강요하고 나서자 보험업계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요 보험사 임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계산해오던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을 '원칙모형'에 따라 계산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은 간담회에서 보험사가 예외모형을 적용할 시 집중 검사와 대주주 면담을 진행하겠다고도 경고했다.
◆…자료=금융위원회
IFRS17는 보험사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회계제도로 국내에선 지난해부터 적용됐다. 보험사는 판매하는 상품의 특성상 향후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부채로 보는데, 이 부채를 실질 평가하기 위해 보험사의 자의적 가정 등으로 단기적으로 수익을 늘리고 미래로 위험을 이연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4일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보험사들이 자의적 가정을 할 수 없도록 회계제도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다만 해당 상품 경험통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면 예외모형도 허용한다고 했으나 불과 4일 만에 금감원이 원칙모형을 준수하라고 경고한 것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IFRS17 회계제도 적용에 대해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이자 보험업계는 상당히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발표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다수의 손해보험사들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무·저해지 판매 비중을 높여온 일부 보험사는 원칙모형을 적용한다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이 기준 이하로 떨어져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 권고·요구·명령)가 부과될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에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업계 의견서를 반영해 금융위가 예외모형 허용을 발표해놓고 금감원에서는 갑자기 허용 불가 지침이 내려져 당혹스럽다"면서 "보험사마다 판매상품과 경과기간 해지율 등의 양상이 다른데 단일모형으로 가면 본래 원칙도 깨지는 상황이라 자본 건전성 지표 악화도 예상된다"고 반발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FRS17 제도의 근본 원칙은 자율성을 기반으로 보험사별 맞는 계리적 가정을 적용한 것인데 금융당국이 자꾸만 오락가락한다면 예실차가 커지는 회사가 나오고 투자자들도 모조리 빠질 것"이라면서 "무해지 보험 가격 상승으로 적용 시점에 절판마케팅도 나오면서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말을 바꾼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반박자료를 통해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발표한 무·저해지상품의 해지율 가이드라인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공동으로 보험업계·학계 등과 충분한 논의 및 의견수렴을 거쳐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원칙과 예외 중 예외모형은 각 사의 경험통계 등 특수성이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적용가능한 매우 제한적인 것이며, 금융당국은 일관되게 원칙모형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