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시인, 첫 동시집 펴내
◆…사진=리잼
2011년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등단한 이연희 시인이 첫 동시집 '별꿈 달꿈'을 펴냈다. 4부에 걸쳐 50편의 동시가 아이도, 어른도 살포시 어루만져준다.
아름다움은/ 세상의 맞은편에 있는 걸까?/ 가을 산은/ 그려낼 수 없는/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어디서 왔는지/ 골짜기에 물은 또랑또랑 흐른다./ 그 맑은 물속을/ 눈을 씻듯 바라보면/ 몸도 마음도 저절로 물든다.('물들다' 전문)
함축된 시어가 마음에 번진다. 시인이 선사한 동심이 그대로 물든다.
덜컹덜컹/ 찬 바람이 자꾸/ 창문을 두드립니다./ 덜컹덜컹/ 꼭 잠긴 창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울어댑니다./ 덜컹덜컹/ 창문도 마음이 아파/ 함께 울어줍니다.('겨울바람' 전문)
세상을 배워나가는 어린 마음에도, 세상에 치인 어른의 감성에도 시인이 노래해 주는 동심이 살며시 스며든다. 함께 울어주는 그 마음에 감사함이 깃든다.
고요한 호수에/ 돌멩이 하나를/ 퐁!/ 던졌다/ 화들짝 놀란/ 호수/ 이내 동그란 물결로/ 웃어주었다./ 나도 따라/ 활짝 웃었다.('화답' 전문)
호박 넝쿨 한 줄기가/ 더듬더듬/ 지붕을 기어 올라가네./ 매일 밤/ 별이 반짝이는 걸 보고/ 별꽃을 피웠네./ 달을 품었나 봐/ 달덩이 같은 호박을 낳았네./ 꿈이/ 별근 달근 익어서/ 박 속 그득/ 별 씨/ 달 씨('별꿈 달꿈' 전문)
바알갛게 물든 뺨에 희망을 가득 품은 채 반짝이는 눈동자에 시어 하나 하나를 담아내는 아이. 그 아이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 어른. 호수와 함께 웃고, 호박과 함께 꿈도 영글어 가고.
천년의 향기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나무는 죽어가면서도/ 콩짜개난, 차걸이난, 작은 식물들/ 토닥토닥 품이 키워낸다./ 비자나무 숲에 가면/ 새록새록/ 숲이 되는 얘기를/ 향기로 쏟아낸다.('비자나무 숲' 전문)
동심에서 우러난 관찰과 이야기가 거대한 서사를 완성한다. 이를 눈치채지 못하더라도 그저 한 움큼 상상된 향기가 기분 좋게 작용한다. 시인은 그렇게 풍경을, 세상을 노래하고 소개했다.
김태호 아동문학평론가는 시인이 동심을 중력 삼아 우주를 끌어당겨 왔다면서 "식물 한 줄기는 물론 거대한 숲에서 그 근원에 우주가 있음을 통찰한다"고 평했다.
시인은 어린 시절을 더듬어 아쉽게 지나치고 놓쳤던 시간을 깨우고자 했다. 그 여정이 시에 실려 고스란히 전해진다. 동심이 앞장서 이끈 여정이다.
시인은 "걷다가 만나는 인연들과 문득 떠오른 생각들이 소중하다고 느낀 순간들, 찰나이거나 표현되지 못한 말들. 그 소중함을 잡고 내딛는 걸음, 그 짧은 생각들을 매개로 또 다른 만남을 찾고 있는지 모른다"면서 "그것 또한 나의 일부이므로 더 없이 소중하여 내 안의 아이와 즐거운 상상을 한다"고 말했다. 첫 동시집을 꿈과 세상을 향한 외침이라고, 그렇게 이야기했다.
별꿈 달꿈 / 이연희 지음 / 1만 2600원 / 리잼 펴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