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부과 논의 '五里霧中'…'응능과세' 사각지대(?)
고가 회원권 양도소득세 중과세 논의도 '올스톱'
'13억2050만원. 11억4150만원, 7억550만원‥' 참여정부의 최고 골칫덩이나 다름없는 서울 강남권에 소재한 아파트 가격이 아니다. 경기도 인근에 소재한 골프장들의 '회원권(일반)' 기준시가다.
기준시가는 실가의 90-95%수준. 골프회원권 시장에서 거래되는 이들 회원권의 가격은(30일 현재)각각 14억원, 12억원, 7억9500만원이다. 물론 일반이 아닌 법인회원권의 경우 보통 이보다 2배이상이다.
국세청이 30일 고시한 2007년 2월1일 기준 골프회원권 기준시가(전국 159개 골프장의 312개 회원권 대상)에 따르면 고가주택 판정기준(6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기준시가를 기록한 회원권은 10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회원권의 기준시가는 최소 6억7900만원부터 최고 13억2050만원에 달했다. 이외에도 서울에 있는 꽤 큰 평수의 아파트 가격과 맞먹는(4억원 이상) 회원권도 12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세청이 발표한 회원권 기준시가는 회원권 양도행위, 상속·증여행위 발생시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부과의 '차선' 과세표준으로 활용된다. '차선'인 이유는 원칙적으로 실가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부과해도 될 만한(?) '재산세'는 단 한 푼도 부과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행정자치부 등이 골프회원권 재산세 부과를 추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골프회원권 보유에 대한 응능과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가지고만 있어도 매년 가격이 뛰어오르는 등 '가치'가 상승한다는 점, 부유층이 세부담 없이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산세, 종부세 등 보유세 과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 골프회원권 어떤 세금 과세되나=골프회원권에 대한 세금은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및 증여세 등 크게 3가지 세금이 적용된다(취득·등록세 등 지방세 제외). 다만 이들 세금이 특정한 '거래행위'가 전제되어야 부과된다는 측면에서 '거래세'에 해당한다.
양도세와 상속세 및 증여세는 원칙적으로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된다. 다만 취득당시 실지거래가액,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을 확인하기 어려울 경우 국세청이 고시한 '기준시가'를 활용해 세금을 계산한다.
양도세율은 9∼36%의 세율이 누진적으로 과세되고 상속세 및 증여세는 20∼50%까지 세율이 누진 적용되고 있다. 재산세(지방세)와 종합부동산세(국세) 등 '보유세'는 십 원짜리 한 장 붙지 않는다.
□ 회원권 재산세 부과 논란의 배경?=골프회원권에 대한 재산세 부과논란이 불을 지핀 것은 '부동산 투기'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고강도 대책을 줄줄이 쏟아내는 과정에서 '엉뚱하게도(?)' 골프회원권 가격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자 부동산 투기자본이 회원권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골프회원권은 고가에 비해 재산세 부담이 전혀 없다는 점도 부유층의 '투자의욕'을 돋은 배경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국세청도 6개 골프회원권 거래소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회원권 가격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와중에 행정자치부가 골프회원권에 대한 재산세 부과를 검토하고 나선 것.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고가 회원권 양도시 적용하는 세율을 높이는 내용의 입법안이 발의되면서 골프회원권을 둘러싼 '세금논란'이 본격화 됐다.
□ 골프회원권을 둘러싼 '세금논란' 쟁점은?=골프회원권에 대한 재산세 부과 움직임이 공식화되자 반발과 함께 과세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혼재, 논란이 야기됐다.
특히 골프장 업계는 과세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대정부 건의문을 통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업계는 "세법 개정으로 예상되는 연간 세수가 50억원인데 비해 골프장 회원권 시장의 혼란 여파는 10조원에 달해 국가 경제적으로 더 큰 손실이 생긴다"고 반발했다.
업계는 골프회원권에 대한 재산세 과세는 ▲무형물인 이용권에 대한 과세로 조세이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골프 회원권만 대상으로 하는 것은 조세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점 등을 논거로 정부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조세전문가들은 골프회원권이 부동산 못지 않은 고가 자산인데다 사실상 투자목적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재산세 과세가 필요하다고 주장, 양측의 논리가 팽팽하게 맞섰다.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은 것도 골프회원권 '세금논란'을 더욱 부채질 했다. 게다가 주택 등 부동산에 대해 재산세와 종부세 등을 수 백만원씩 부과하면서 사실상의 '부동산'이나 다름 없는 회원권에 대해 보유세를 물리지 않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많았다.
□ '골프회원권'은 응능과세 '사각지대(?)'=이 같은 논란 속에 골프회원권에 대한 재산세 부과를 추진했던 행자부의 실험은 결국 '무위'로 귀결됐다. 행자부는 관련 지방세법 개정안 국회 상정도 하지 않는 등 사실상 과세방침을 철회했다.
일각에서는 보유세 중과 정책 등으로 세금에 대한 국민감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골프회원권에까지 보유세를 부과해 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정부 당국이 부담을 느껴 스스로 과세방침을 유도시켰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고가의 골프회원권에 양도세 중과를 추진했던 정치권의 시도도 무산됐다.
국회 재경위는 지난해 12월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의 대표발의로 재경위에 제출됐던 양도세 중과방안(고가 골프회원권에 대한 양도세율 최고 54% 상향조정)을 논의한 끝에 '계류안건'으로 분류, 더 이상의 논의를 진전시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골프회원권에 대한 응분과세 원칙을 확보하려던 정부와 정치권의 '양동작전(?)'은 모두 실패로 끝이 난 셈. 행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골프회원권에 대한)보유세 부과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구체적인 논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어떠한 결정도 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