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수도권 규제정책이 오히려 수도권의 생산성을 감소시키고 비수도권 지역의 생산성 증가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윤형호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원과 김성준 경북대 교수는 '정책분석평가학회보' 16권4호에 실린 '수도권 규제정책의 효과에 대한 실증분석' 보고서에서 수도권 공장총량규제, 수도권 과밀부담금제도 등이 도입된 1994년을 기준으로 1989∼2003년 각 지역의 생산성 변화, 자본 및 노동 등 생산요소 증가율 변화를 실증 분석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분석결과 1994년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때 수도권의 지역생산성은 서울이 -0.06, 경기가 -0.01, 인천이 -0.09로 모두 부(-)의 값을 보여 수도권 규제 이후 수도권 지역은 모두 생산성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지역의 광역도시인 부산(-0.03), 대구(-0.05), 광주(-0.06), 대전(-0.12) 등의 생산성 역시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광역시를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은 전북(-0.01)을 제외하고는 모두 양(+)의 값을 보였지만 충북(0.11)과 충남(0.05)을 제외하고는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값을 나타내지 못했다.
노동 및 자본 등 생산요소의 변화를 살펴보면 1994년 이전 비수도권 지역의 연평균 노동증가율(1.14%)은 수도권 지역(3.82%)의 0.3배에 그쳤는데 1994년 이후에도 0.34배(수도권 1.98%, 비수도권 0.67%)로 소폭 개선되는데 그쳐 수도권 규제완화가 노동의 이전에는 큰 영향을 못준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연평균 자본증가율은 1994년 이전 수도권 16.52%, 비수도권 10.57%에서 1994년 이후 수도권 8.23%, 비수도권 8.36%로 집계돼 수도권 규제가 비수도권 지역의 자본 증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연구자는 "분석 결과 수도권 규제는 자본의 물리적인 배분에는 일정 부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러나 노동증가율에서는 비수도권이 수도권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에 있어 노동의 이전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수도권 규제로 수도권의 생산성이 나아질 것이라는 주장과 달리 규제 이후 서울과 인천에서는 생산성 감소가 나타났고,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광역시의 생산성이 감소하고 기타 지역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는 결과를 보였다"면서 "수도권 규제는 지역생산성 제고 측면에서 극히 미미하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수도권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도권 규제의 결과가 오히려 수도권의 경쟁력 약화를 가져오는 또 하나의 '규제의 역설'의 예가 되고 말았다"면서 "이는 수도권 규제가 인적.물적 자본의 수도권 집중이나 주택.교통.환경문제 등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음을 반증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중앙정부의 권한과 정책결정권을 지방정부로 이양하고 국가재원을 분배해야 한다"면서 "중앙정부의 지방자치실현을 위한 보다 전향적인 자세와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 한 수도권 집중억제와 지방균형발전은 이뤄지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