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 실적의 최대 변수는 금융감독원의 대손충당금 적립률 상향 조정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시중은행들의 연간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4.4분기 실적은 전 분기 대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할 만큼 대손충당금 조정 효과는 컸다.
9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2천14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68.4% 감소했다.
국민은행은 이를 감독당국의 대손충당금 적립률 상향조정에 따른 특수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4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8천16억원으로 3분기의 2천147억원에 비해 273.3% 급증했다.
국민은행은 기존 대손충당금 기준을 적용했을 경우 4분기 순이익은 6천710억원으로 직전분기의 6천78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즉, 감독당국이 부실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쌓아두는 자금을 늘리라고 권고하면서 순익이 줄어드는 착시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든 주요 시중은행에 동시에 나타났다.
신한금융지주의 4분기 순이익은 2천505억원으로 직전분기의 5천101억원에 비해 50.9% 급감했다. 같은 기간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504억원에서 2천660억원으로 급증했다.
외환은행은 4분기 순이익이 260억원으로 직전분기에 비해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367억원에서 1천627억원으로 342.2% 불어났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4분기 순익이 4천190억원으로 3분기에 비해 29.3% 줄어들었다.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천50억원에서 5천240억원으로 399.8%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31일부터 국제적인 은행 감독 기준의 예상 손실 산출 방법을 적용해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최저 적립률을 상향 조정했다.
가계대출.기업대출.신용카드 등에 대한 적립률을 모두 높였다.
적용시점이 12월31일이었기 때문에 추가적립금 부담은 은행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부터 나타났다.
은행 전체로 따지자면 2조5천억원의 순익이 창고에 고스란히 묻힌 셈이다.
금감원의 대손충당금 적립액 상향조정도 정부의 직.간접적인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시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대책이 은행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그러나 시중은행은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상향조정한 것이 은행의 원가를 높이는 단점이 있지만 호황기에 많은 자금을 적립해 놓으면 불황기에 이 자금이 환입되면서 은행 수익이 좀 더 안정적인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동시에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