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지방세지출예산제도' 2010년 전면 시행
무분별한 지방세 비과세·감면 줄어들 듯
임재근 박사, "재정시스템과 연계‥예산담당 부서에서 추진해야"
오는 2010년부터 지방세의 세액감면, 과세표준 경감, 비과세 및 저율과세 등 지방세지출내역이 지방의회 및 주민들에게 전면 공개된다. 행정자치부가 지방세 비과세·감면내역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지방세지출예산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기로 한 것.
이 제도가 시행되면 지방자치단체들이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거나 실효성이 없는 비과세·감면제도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게 돼 무분별한 조세지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행자부는 이와 관련해 "지방세 지원의 규모와 세부내역을 밝힘으로써 불필요한 조세지출을 최소화해 지방재정의 잠식 원인을 제거할 것"이라며 "향후 재정지출과의 중복지원 여부를 파악해 이중지원 등을 방지하면 건실한 지방재정운영 및 지방세 지원자료의 체계적이고 정확한 관리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도입에 앞서 현행 지방세 지출을 예산과 연계하는 방안과 구체적인 지방세 특례규정의 정비 등의 준비가 미흡할 경우에는 자칫 행정절차만 복잡해지고 낡은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지방세지출예산제도란?
지방세지출예산제도란 지자체가 지방세 비과세·감면내역을 예산서 형식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의회에 제출하면, 지방의회와 주민은 불필요한 비과세·감면이 없는지 점검하고 세제지원의 실효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제도.
이 제도는 정부가 올해 초부터 시행되고 있는 지자체 복식부기 회계제도와 함께 지방재정의 효율성 및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행자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지방세 조세지출예산제도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 중 하나로 포함시켜 놓고 있다.
행자부는 이와 관련해 "그동안 지방세 비과세·감면은 자치단체의 세입을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사실상 재정지출에 해당함에도 불구,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며 "지방세지출예산제도를 도입해 지방세의 비과세·감면을 세출예산처럼 엄격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자부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비과세·감면규모는 3조5377억원으로 전체 지방세 대비 9.0%에 달했으며, 국세의 경우 2005년 비과세·감면액은 20조169억원으로 조세지출실적이 있는 관련 국세 대비 14.4% 수준이었다.
국세에 비해 지방세의 비과세·감면비율이 낮은 수준이지만, 소득·법인세 등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조세특례규정을 두고 있는 국세에 비해 재산 보유세제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지방세 특례구조를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행자부의 설명.
행자부는 이 제도를 올해 17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운영하고 내년에는 운영지역을 확대해 2009년까지 전면 시범운영 및 입법절차를 완료하는 다음, 오는 2010년부터 전면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국세의 경우에는 지난해 10월 조세지출예산제도의 도입근거가 명시된 국가재정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2009년까지는 현재의 조세지출보고서 국회제출방식을 유지하다가 2011회계연도부터 본격적으로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 "지방세 지출은 재정시스템과 연계해야"
행자부는 지방세지출예산제도가 아직 제도 설계단계에 있어 그 실체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부터 2009년까지의 시범운영을 통해 구체적인 제도의 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아직 지방세지출예산제도의 구체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정시스템과의 연계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조세법 담당 부서가 아닌 예산 관련 부서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세제과의 임재근 박사는 지난 24일 한국세무사회관에서 열린 조세연구포럼 학술발표대회에서 "지방세지출예산제도가 성공적으로 도입 및 정착되려면 조세특례에 기반한 시스템적 접근이 요구된다"며 "기존 재정시스템과의 연계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없다면 행정절차만 복잡하게 하고 낡은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임 박사는 이와 관련해 우선 지방세지출의 도입단계에서 ▲지방세지출의 필요성 검증 ▲지출대상의 관리 및 지출주체 결정 ▲지출대상 및 방식의 결정 ▲지출효과의 예상분석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운영단계에서는 지방세지출과 일반세출간의 관계성을 검토하고 지출범위 및 회수방식의 결정과 지출액 평가의 관리 등을 검토해야 하며, 사후관리단계에서는 지출대상 및 회수현황의 관리와 회수방식의 재검토를 통해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 임 박사의 설명.
특히 그는 "조세법영역을 관장하는 부서에서 지방세지출예산제도의 도입을 추진할 경우 여타의 예산회계시스템과의 정합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예산회계시스템을 관장하고 운영하는 부서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복식회계제도 및 사업성 예산과 지방세지출제도를 효율적으로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근거법령과 관련해서는 "지방세지출과 세입징수절차의 과정에서 아직 지방세지출부분을 수익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행정관행이 남아있다"며 "우선 391종에 달하는 지방세 특례규정에 대한 정비를 통해 지방세법 등 근거법령간의 비과세·감면규정을 재분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방세지출예산제도가 조세법영역의 규율을 받는 조세특례제도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회계법 영역간의 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지난해 국세 조세지출예산제도 도입을 위해 제정된 국가재정법과 같이 지방재정법을 수정해 손질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