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硏, 전국 30대 이상 납세자 대상 전화 설문 결과-
'세금에 대해 몰라'‥62.8%, '세금 내기 싫다'‥68.0%
"국세청 조직 '기능별→유형별'로 전환해야"
국민 10명 중 7명은 세금을 어쩔 수 없이 내거나, 심지어는 빼앗기는 기분까지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세무조사가 두려워 성실하게 세금을 낸다는 답변은 10명 중 2.5명에 그쳐, 세무조사의 성실신고 유도기능을 제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세연구원의 전병목, 박명호 연구위원은 2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납세자 의식과 세정개혁 방향'이라는 제하의 주제발표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담은 납세자 의식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세연구원은 지난 2월 전국 30대 이상 1083명의 납세자를 대상으로 납세자 의식에 대한 전화설문을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조사결과를 통해 성실납세를 유도하는 요인과 세무행정의 개선방향에 대해 미국과 비교·분석했다.
전병목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정부의 다양한 세무행정 개혁노력에도 불구하고 납세순응도 등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높다"며 "납세자들에게 보다 수준 높은 세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다양한 세정개혁의 성과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세금에 대해 몰라'‥62.8%, '세금 내기 싫다'‥68.0%
이번 조사결과 세금에 대해 잘 모르는 납세자의 비율은 62.8%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영업자(48.6%)가 근로소득자(38.5%)보다 세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세금에 대한 정보는 조사대상 중 55.8%가 '인터넷, TV, 신문 등의 대중매체'에서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족·친지를 통해 얻는다'는 답변이 17.1%, 세무전문가 16.3%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금을 낼 때의 기분에 대해서는 '기꺼이 낸다'는 납세자가 32%인 반면, '어쩔 수 없이 낸다'는 답변이 53.6%, '빼앗기는 기분이다'라는 응답은 14.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납세자의 68%가 세금을 내는 데 좋지 못한 기분을 갖고 있는 것.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1년 납세자 의식조사에 비해 빼앗기는 기분으로 낸다는 납세자의 비율은 6%P 감소했으나, 기꺼이 세금을 낸다는 납세자의 비율도 3%P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납부를 꺼리는 납세자들 중 80%는 '납부한 세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낭비되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불성실 납세자로 인한 성실납세자의 과도한 세금부담 때문'이 72%, '능력에 비해 많은 세금을 내기 때문'이 66%, '고액 납부자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기 때문'은 49%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세무조사에 대한 두려움'이 성실납세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10명 중 2.5명만이 긍정적으로 응답한 반면, 미국의 경우에는 지난 2005년 조사에서 10명 중 6.2명이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병목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세무조사의 포괄범위가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조세범칙조사를 적극적으로 실시하지 않는 등 고의적·지능적·상습적 탈세자에 대해 상대적으로 온정적인 대처를 해 온 것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 조세硏 "국세청 조직, 기능별→납세자 유형별로 전환 검토해야"
전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결과에 대한 분석을 통해 "기존의 다양한 정책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득파악률 등 국민들의 납세순응도는 높지 않은 편"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장기적 목표설정과 추진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1999년 기존의 세목별 조직에서 기능별 조직으로 전환된 국세행정조직을 납세자 유형별 조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전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국세청의 기능별 조직은 세원관리 기능의 강화에 대한 기여가 제한적"이라며 "납세유형에 따른 세수에의 위험 등을 고려한 차별화된 관리와 조사기능의 제공 등을 위해 납세자 유형별 조직으로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수 측면에서 대규모 납세자와 그렇지 않은 납세자간에는 차별화된 관리와 서비스가 필요하며, 특히 대기업·중소기업·자영사업자·임금근로자 등 납세자 유형에 따른 조직을 구성할 경우 납세순응도 제고 및 세수위험관리에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
전 연구위원은 세무조사의 성실신고 유도기능과 관련해서는 "납세자 유형별 납세순응수준에 기초한 조사전략이 필요하다"며 "세무조사 방식을 다양화해 세무조사의 포괄범위를 확대하고 조세범칙조사를 강화해 세무조사의 성실신고 유도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근거과세 확충을 위한 기준경비율 제도의 장기적 방향을 설정하는 한편 납세순응도 제고를 위한 과세자료 제출 및 금융거래 정보활용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