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4부는 업무편의 및 계약유지 청탁 대가로 납품업자 등으로부터 1천110만원의 금품·향응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된 산업자원부 산하기관 전직 간부 이모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이 선고된 양모씨에게는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이들에게는 1심에서 인정된 뇌물수수·뇌물공여죄 대신 배임수재·배임증재죄가 적용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는 범행 당시 소속기관의 국가 위탁사무인 석유 및 대체연료 품질검사와 무관한 기획조정 업무를 담당했던 이상 공무원으로 간주될 여지가 없다"며 "국가사무 위탁기관의 임·직원이 공무로 볼 수 없는 사무와 관련해 수재행위를 한 경우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업무편의 등에 대한 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것일 뿐 공무인 석유 및 대체연료 품질검사 등에 관해 금품을 수수한 것은 아니므로 형법상 뇌물수수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50조(벌칙조항에 있어서의 공무원 의제)는 '위탁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관, 단체 또는 법인의 임·직원은 형법 122조(직무유기)와 129조(수뢰,사전수뢰)∼132조(알선수뢰)의 적용에 있어서는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은 뇌물수수죄의 주체로서, 석유사업법의 공무원 의제 조항상 '위탁한 업무에 종사하는'이라는 문구가 '기관, 단체 또는 법인' 등 수탁기관을 수식한다고 확장해석하면 임·직원은 위탁사무를 처리하지 않더라도 모두 뇌물수수죄의 주체가 되는 반면, '임.직원'을 수식한다고 한정해석하면 임·직원 중 위탁사무 종사자만 주체가 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확장 및 축소 해석이 모두 가능한 경우 확장해석을 하면 수탁기관 임·직원 중 국가 사무와 무관한 일을 하는 사람도 뇌물수수죄의 주체가 되는데 이는 주식회사와 같은 민간단체에 근무하면서 동일한 업무를 하는 사람과 비교하면 매우 부당하다"며 "악취방지법의 경우 대학도 수탁기관인데 대학이 국가 사무를 위탁받기만 하면 임·직원은 모두 뇌물수수죄의 주체가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법률 개념이 다의적이고 여러 해석이 가능할 때는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을 해야 한다. 확장해석은 위헌적 해석이 될 가능성이 많은 반면 축소해석을 하는 것이 합헌적이다"고 강조했다.
